“글로벌 빅테크 기업 2곳에 공급할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칩(FC)-볼그레이어레이(BGA) 양산을 개시했습니다. 현재는 PC용으로 먼저 납품하고 있지만, 서버용 FC-BGA 기판 인증도 완료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카메라모듈 사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지만, 이르면 4분기부터 사업 다각화에 따른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24일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본사에서 열린 2025년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문 대표는 올해 LG이노텍의 사업 계획과 함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표는 매년 제기되고 있는 애플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와 관련해 매출처 다각화를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제품은 1년 단위로 신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사업 계획 실현율이 높지만, 반도체와 전장은 보다 긴 호흡으로 제품 양산을 진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매년 4조원가량 수주를 하고 있는 만큼 4분기부터는 매출처 다변화에 따른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하며 해당 제품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 공급사를 다변화하자 LG이노텍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LG이노텍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하락했다.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액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웃돈다.
LG이노텍은 올해 6월 증설이 완료되는 베트남 신규 공장을 통한 원가 절감에도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증설로 베트남 공장의 카메라모듈 생산능력이 2배 이상 확대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 등을 구축해 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문 대표는 “북미 고객사 공급망에 진입한 중국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이 심한 카메라모듈을 베트남에서 집중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범용 카메라모듈에서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지만, 연속 줌 등이 적용되는 하이엔드 카메라 모듈에서는 아직 기술이 앞서고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지난 2022년 신규 진출을 선언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는 시기는 내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규모가 많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시점은 내후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순조롭게 양산 중”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유리기판 사업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이르면 2027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유리기판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들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장비 도입은 올해 10월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입에 대한 계획도 언급했다. 문 대표는 “로봇 기업들이 휴머노이드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데 내년부터 일부 적용될 것 같아 이를 위한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다”며 “큰 수량은 아니지만 수천대가량 정도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예상으로는 1년에 10배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