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소프트웨어(SW)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가 인공지능(AI)을 무기로 마케팅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오랫동안 이미지·동영상 편집 등 크리에이티브 툴 개발에 집중해 온 어도비가 이제 광고 캠페인 기획부터 제작·배포·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B2B(기업대기업) AI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18~1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 서밋 2025’에서 어도비는 “디자인·마케팅·AI가 하나로 합쳐진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앞으로는 마케터들이 머리를 싸매고 수십명이 달라붙어 몇달 간 만들던 캠페인이나 광고를 단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어도비의 설명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어도비가 개발한 ‘파이어플라이(Firefly)’라는 생성형 AI 기술입니다.
그동안 광고를 만들려면 디자이너와 영상 전문가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었어야 했죠. 그런데 이제는 “햇빛 좋은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강아지”처럼 텍스트만 입력하면, 해당 이미지나 영상을 단숨에 뚝딱 만들어 줍니다. 기존의 범용 생성형 AI 서비스와 비교해 광고에 바로 쓸 수 있을 만큼 빠른 처리 속도와 높은 완성도를 제공한다는 것이 어도비의 설명입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회장은 “광고 영상을 찍으려면 이전엔 사진작가나 촬영 장소를 구하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AI를 쓰면 쉽게 원하는 장면을 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광고 컨셉트를 빠르게 바꾸거나,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제작하는 일도 훨씬 손쉬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메이저 골프대회 ‘마스터스’의 소셜미디어(SNS) 캠페인에서도 어도비 AI로 이미지를 빠르게 제작, 소비자 참여율을 기존보다 무려 26배나 높일 수 있었습니다.
어도비가 ‘AI와 마케팅’을 묶어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은 기존 SW 서비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죠. 그래서 어도비는 앞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부터 고객관리까지 한 번에 연결하는 AI 플랫폼을 더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어도비는 이번 행사에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누구에게, 어떤 광고를, 언제 보여줘야 하는지’를 자동으로 정해주는 AI 기능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보통 이런 작업은 마케터들이 직접 데이터를 뒤져가며 고민해야 했는데, 이제는 어도비의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가 이 작업을 알아서 처리해 주는 겁니다.
세계 최대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어도비의 AI 기반 오케스트레이션을 도입해 마케팅 효율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기존에는 캠페인을 출시하기까지 평균 110일, 총 349단계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어도비 AI 덕분에 이 프로세스를 크게 간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마케팅 콘텐츠 수정 속도는 93% 단축됐고, 하나의 캠페인에서 AI가 자동으로 50만개 이상의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어냈으며, 연간 목표 매출을 6배 이상 초과 달성하는 성과도 거뒀습니다.
IBM 컨설팅도 어도비의 AI 덕분에 업무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빌리 시브룩 IBM 컨설팅 글로벌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반복적인 업무가 마케팅 업무의 80%를 차지했는데, 어도비 AI 덕분에 시간이 단축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포토샵과 PDF로 익숙하던 어도비가 이제 기업의 ‘마케팅 해결사’로 변신한 모습은 꽤 인상적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어도비의 AI 기술을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AI 기반 마케팅 흐름은 더욱 빠르게 확산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는 최근 보고서에서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와 젠 스튜디오 등 AI 기반 솔루션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며 “지난 분기 파이어플라이로만 생성된 콘텐츠가 200억 건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파이어플라이는 어도비의 장기 성장 동력이며, 디지털 경험 부문의 수익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댄 로마노프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어도비는 포토샵 등 디자인 툴을 쓰는 고객이 많아, 이들에게 마케팅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는 연계 판매가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어도비는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매출액이 57억달러(8조3658억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27억달러(3조9627억원)로 10% 늘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습니다. 독립형 AI 제품의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2500만달러(1831억8750만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 수치를 2025 회계연도 4분기 말까지 2억5000만달러(3663억7500만원) 이상으로 두 배 늘릴 계획입니다.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에는 고객 경험을 정교하게 개인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PDF, 포토샵 같은 크리에이티브 툴을 넘어, 누구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