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KT 주가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5만원을 돌파, 이동통신 업계 1위 기업인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김영섭 KT 사장이 취임한 지 1년반 만에 회사 주가가 50% 이상 오른 것입니다. 이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AI 사업 협력을 이끌고, 인력 구조조정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집중한 ‘김영섭 매직’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난 19일 KT 주가는 5만700원을 기록, 15년 만에 처음으로 5만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날 KT의 시가총액은 12조7775억원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시총(12조1786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많았습니다.

KT 주가는 김 사장 취임 이후 꾸준한 상승 곡선을 이어왔습니다. 2023년 8월 말 김 사장이 취임할 당시 KT 주가는 3만3050원이었지만, 지난 1년반 동안 약 54%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SK텔레콤은 17.3%, LG유플러스는 3%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통신 3사 가운데 KT 주가 오름세가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는 김 사장이 추진한 인력 구조조정과 주주가치 강화 정책이 주가 부양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존 KT의 인력 구조는 50대 이상 고연차 직원 비중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김 사장은 희망퇴직과 자회사 설립을 통해 4400명의 고연차 인력을 구조조정했습니다. 1조원 안팎의 대규모 퇴직금 비용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했지만, 이를 통해 올해부터 인건비 절감 효과가 예상돼 오히려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김 사장이 작년 1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당시 김 사장은 KT의 2028년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9~1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ROE가 높아지면 회사의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의미로, 그만큼 회사 자본의 가치가 상승하고, 배당금도 증가할 수 있어 주주 가치가 올라갑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시점 KT의 ROE는 6%대였습니다. 김 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 중 하나로 2028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1조원이면 KT 전체 주식의 약 9.5%를 소각시킬 수 있는 액수입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작년 11월, 외국인 지분율이 2019년 10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보유 최대 한도인 49%까지 도달했고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SK텔레콤(42%)과 LG유플러스(34%)의 외국인 지분율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김 사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40%였습니다. 법적 제한으로 외국인 투자가 막히자 미국에 우회상장된 KT 주식에 5%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되는 이례적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MS나 팔란티어 같은 해외 빅테크와의 사업 협력을 통한 AI 사업 추진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김 사장은 ‘AI 전환(AX)’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고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작년 6월 MS와 AI·클라우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5년 간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한국형 AI 모델·서비스와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달 12일에는 미국 AI 소프트웨어 회사인 팔란티어와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AX 사업 파트너를 확보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PMG는 KT가 AX 사업으로 벌어들일 매출이 2025년 2690억원에서 2029년 1조3700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류종기 EY한영 상무는 “통신 3사 중 KT의 주가만 50%가 넘는 급상승을 보인 것은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둔 ‘김영섭 매직’이 통한 결과”라면서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KT의 행보를 따라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