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5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사진)이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사업에 이어 유리 인터포저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MD,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업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종합반도체기업(IDM)까지 영역을 확대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 더 발을 깊숙히 담그겠다는 포부가 서려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공지능(AI), 서버 등 기존 고객들과 협력해 코어 중심의 글래스 기판과 글래스 인터포저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기판뿐만 아니라 기존 실리콘 기반의 인터포저를 대체할 글래스 인터포저도 목표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유리 기판은 반도체 기판에 기존 플라스틱과 같은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론적으로는 칩의 패키징 두께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을 한 세대에서 두 세대 정도 앞당기는 효과다. 가령 7나노(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으로 3나노를 구현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유리 기판을 사용하면 칩의 온도 상승에 따른 패턴 왜곡 현상이 크게 줄어든다. 발열에 훨씬 강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극도로 미세한 리소그래피 공정의 깊이를 향상하기 위한 평판도가 개선되고, 초대형 폼팩터 패키징 역시 가능해지면서 수율이 높아진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유리 기판에서 인터커넥트 밀도를 10배 높일 수 있어 반도체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장 사장이 언급한 인터포저는 반도체 기판과 칩 사이에서 원활한 연결을 돕는 실리콘 형태의 기판을 말한다. 반면 유리 소재로 인터포저를 구현할 경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열과 충격에 강해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장 사장은 “칩 사이즈가 커질수록 기판이 커지면서 실리콘 인터포저도 커져 비용이 많이 든다”며 “고객사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그걸 대체하는 여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그 중 하나를 글래스 인터포저로 생각하고 있고, 글래스 인터포저를 고려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현재 (글래스 인터포저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도 저희의 고객사 중 한 곳이고, 미국의 AI 서버 업체들과도 (공급을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글래스 인터포저 시장의 문이 본격 열리는 시점은 2027~2028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독한 삼성인’, ‘사즉생’ 주문에 대해선 “미국 관세 정책, 미·중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치열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독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씀을 시의적절하게 하신 것 같다”며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 모두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