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LX세미콘 사장./LX세미콘 제공

반도체 설계 기업 LX세미콘(108320)의 지난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에 공급 물량을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주력 고객사였던 LG디스플레이가 공급망을 다변화하자, LX세미콘도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연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17일 LX세미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40%대에 머물던 중국 매출 비중이 지난해 54%(1조92억원)로 높아졌다. 지난해 중국 최대 고객사인 BOE 매출 비중도 약 30%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이윤태 사장 영입 후 외연 확장 시동”

과거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의존도가 높았다. LX세미콘의 전신은 LG그룹 계열사였던 실리콘웍스다. 지난 2021년 LG그룹에서 독립하면서 사명을 LX세미콘으로 바꿨다. 그동안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사실상 독점 납품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DDI는 전자기기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신호를 받아 디스플레이 패널을 동작시키기 위한 출력 신호를 생성하는 반도체다.

LX세미콘은 지난 2023년 말 삼성전기 사장 출신인 이윤태 사장을 영입하면서 외연 확장에 나섰다. LG그룹 출신으로 채워졌던 LX세미콘 수장을 외부에서 데려와 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DDI 납품처 다변화뿐만 아니라 방열기판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에 안정적으로 DDI를 공급하면서 LX세미콘이 성장세를 구가해 왔지만 LG디스플레이가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이라는 위기의식이 내부적으로 팽배했다”며 “이윤태 사장 취임 후 LG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글로벌 DDI 2위 기업인 노바텍은 지난해 LG디스플레이에 DDI 공급을 개시하면서 LX세미콘과 경쟁하고 있다. 노바텍은 가격을 무기로 LX세미콘의 공급 물량을 가져갔으며, 지난해 LX세미콘의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은 45% 내외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 中 BOE 납품 물량 확대…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 개선 총력

LX세미콘이 중국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BOE의 DDI 공급망에서 LX세미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BOE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두고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도 OLED 등을 공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애플 등 BOE의 주력 고객사에 공급되는 디스플레이용 DDI는 LX세미콘이 90% 이상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LX세미콘의 실적도 차츰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LX세미콘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5% 늘어난 167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효과도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가상현실(VR) 기기 관련 DDI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올해 차량용 방열기판 양산도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4.9% 늘어난 191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분쟁이 향후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예비결정이 이달 내려진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경우 BOE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은 물론 이를 사용한 스마트폰이나 완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될 수 있어 LX세미콘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