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고가의 여행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봤습니다. 얼마 후 이씨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광고가 떴습니다. 이씨가 안내된 링크를 통해 채팅방에 들어가자, 판매자는 창고에서 찍은 제품 사진을 여러 장 보냈습니다. 가격은 공식 쇼핑몰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가품 업자들의 광고와 콘텐츠를 검토 없이 표시하면서 소셜미디어(SNS)가 ‘짝퉁’ 판매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을 운영하는 메타와 구글은 현재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불법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사후 제재’에 중점을 두면서 대응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콘텐츠와 광고를 게시할 때 준수해야 할 규정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는 자율규제에 그칩니다. 구글은 공지를 통해 ‘위조 상품의 판매 또는 판매 홍보를 금지한다’라며 ‘광고의 내용뿐만 아니라 광고가 연결되는 웹사이트 또는 애플리케이션에도 적용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역시 ‘위조 상품 판매를 금한다’라며 ‘적발되면 계정이 비활성화된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플랫폼의 역할만 주장할 뿐, 가품 판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메타와 구글은 AI 기술을 활용해 불법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다고 안내합니다. 그러나 게시물이 방대할뿐더러, 업자들이 여러 개의 계정을 바꿔가며 운영해 가품 판매를 뿌리 뽑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품 판매자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은 있지만, 기능의 존재조차 알고 있는 이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플랫폼의 소극적인 대응에 이용자들의 피해는 속수무책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피해 사례를 보면 판매자들은 익명의 오픈채팅방이나 가짜 직구 사이트 링크를 게시해 구매를 유도합니다. 유튜브의 경우 최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직접 입어보며 가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얼굴, 키와 체중 등을 공개하면서 실시간 댓글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합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 사이 접수된 해외직구 사기성 쇼핑 문의 대다수가 SNS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지난 2021∼2023년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 접수된 해외직구 사기성 쇼핑몰 상담 건수는 모두 2064건입니다. 접속 경로가 확인된 1821건을 살펴보면, SNS를 통한 접속이 1499건(82.3%)이었습니다. 미디어별로는 인스타그램이 762건(41.8%), 유튜브가 460건(25.3%)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메타와 구글에 불법·유해 콘텐츠와 광고 차단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글로벌 빅테크의 소극적인 대처에 우려를 표합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플랫폼이 검토하고 제재를 내린다. 다만 플랫폼이 먼저 나서 모든 콘텐츠의 적법성을 다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용자 피해 사례가 증가하면 플랫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신뢰도가 하락한다”면서 “방대한 콘텐츠 사이에서 가품 판매를 줄이려면 결국 이용자들 사이에 자체적인 정화 활동이 필요하다. 현재 플랫폼은 신고할 수 있다는 안내도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