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화산귀환’의 주인공 화산파 13대손 청명은 마교 교주와의 마지막 싸움에서 기력을 다하고 죽지만 100년 후 어린 아이로 환생한다. 어린 아이의 몸이지만 무예를 터득하는 법을 아는 청명은 망해 가는 화산파를 다시 일으키고자 노력한다.
화산귀환은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웹툰계 메가 히트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웹툰 독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작품 1위에 화산귀환이 꼽혔다. 화산귀환의 원작 웹소설은 네이버시리즈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7억회를 기록했고, 웹툰 시즌2는 지난해 6월 공개 하루 만에 매출 4억원을 달성했다. 이런 화산귀환을 넷마블 게임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인기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 원작의 인지도와 팬층이 확보된 상황이라 흥행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게임업계는 검증된 IP로 활로 찾기에 나선다는 포석이다.
◇ 넷마블·컴투스홀딩스 등 인기 웹툰 IP와 협업 나서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 6일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에 네이버웹툰 ‘화산귀환’과의 시즌2 협업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지난해 3월 첫 협업 이후 이용자 호응에 힘입어 두 번째 협업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협업에는 새롭게 추가되는 영웅 ‘매화검존’을 비롯해 ‘화산귀환’의 주요 캐릭터인 ‘청명’ ‘백천’ ‘유이설’ ‘윤종’ ‘조걸’ 등의 영웅이 재등장한다.
컴투스홀딩스는 지난달 방치형 RPG ‘소울 스트라이크’가 네이버웹툰 ‘역대급 영지 설계사’와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웹툰은 토목공학과 학생 김수호가 자신이 읽던 소설 ‘철혈의 기사’ 속 인물에 빙의해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장르 작품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주인공 ‘로이드 프론테라’를 비롯해 ‘하비엘 아스라한’ ‘알리시아 테르미나 마젠타노’가 신화 등급 동료로 등장한다. 웹툰 속 주요 설정들은 소울 스트라이크 세계관과 어우러진다. 원작에서 주인공 로이드가 사용하는 ‘마귀 씐 고음불가’ ‘발파’는 강력한 스킬로 재현된다.
웹툰 IP를 활용한 자체 게임 개발도 활발하다. 딜리셔스게임즈는 지난 6일 네이버웹툰 ‘나 혼자 네크로맨서’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나 혼자 네크로맨서 키우기’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게임은 원작 웹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무한 육성 전략 RPG다. 게임 이용자는 죽은 시체를 소환해 동료로 만드는 네크로맨서가 된 원작 주인공 ‘유성우’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 IP 활용은 양날의 검… 지나치게 의존하면 게임 개발 위축
최근 게임사들은 검증된 웹툰 IP를 활용해 안정적인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인기 원작을 기반으로 하면 기존 팬층을 흡수하고 배경과 서사가 짜인 IP를 활용해 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작의 서사를 빌려 신작을 출시하더라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한다. 정해져 있는 세계관을 크게 변형하거나 원작 그대로를 게임에 입힌다면 게임성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네이버웹툰의 인기 IP ‘고수’ ‘여신강림’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바일 게임은 실패를 경험했다.
아울러 지나치게 웹툰 IP에 의존할 경우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 유명 IP를 원작으로 게임을 제작하면 원작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마진율이 자체 개발보다 떨어지면 콘텐츠 개발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또 유명 IP 게임은 원작의 인기가 높을 때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IP 원작 게임을 다수 서비스하고 있는 넷마블이 지난해 4분기 지출한 수수료는 2316억원으로, 매출(6490억원)의 35.6%를 차지한다. 하나증권은 넷마블이 주가 상승 여력을 키우려면 외부 IP 게임의 수명 확장, 오리지널 IP 성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웹툰 IP를 게임화할 경우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가져올 수 있지만, 게임 이용자가 원하는 타격감, 게임성, 시스템을 구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최적화된 세계관, 캐릭터 아트, 디바이스 구현 등 게임사와 원작자의 의견이 조합되는 것이 웹툰 IP 활용의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