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지만, 아직 앞선 기술력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부과 등 커지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정부와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사장은 정기총회에 앞서 개최된 이사회를 통해 최주선 삼성SDI 사장의 뒤를 이어 제10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협회장 임기는 3년이지만 최 사장으로부터 협회장 자리를 이어받아 2년 간 협회장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을 빠르게 뒤쫓고 있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매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추격에 많은 이들이 액정표시장치(LCD)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며 “굉장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나 어떻게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릴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대형 OLED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출하량은 3억7800만대로 BOE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애플이 공급업체를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출하량은 작년보다 3.5% 감소한 3억65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업황에 대해서는 노트북과 자동차 등 OLED 패널의 탑재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모바일 기준으로는 시장이 포화 상태라 성장 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노트북이나 차량 등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 등 저변이 확대되면 기존 시장에서 OLED 침투가 더욱 가속화될 뿐 아니라 폴더블과 롤러블, 투명, 혼합현실(XR), 모빌리티 등 응용처가 다변화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산업의 대변환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정부 등과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TV와 모바일 등 전방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되면 디스플레이산업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상황을 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통상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협회 내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산업정책실을 통상 전문인력 충원과 함께 산업통상실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이날 정기총회에 참석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AI와 모빌리티, 가상현실(VR) 등 외연 확장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