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전 제품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웨이, 비보, 샤오미 등 현지 기업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7%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4%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통상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을 가을에 내놓아 4분기 점유율이 급증한다. 그러나 아이폰16이 인공지능(AI) 기능 부재 등을 이유로 판매가 부진해 출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스마트폰 1위는 비보(18%)가 차지했다. 비보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3%P 늘었다. 화웨이도 애플과 함께 17%의 점유율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3위 샤오미(16%)도 근소한 차이로 선두업체들을 추격 중이다.
비보는 지난해 80만원대 스마트폰 V200을 출시했다. 고성능 후면 카메라 4개로 최대 4K 해상도의 슬로우 모션 녹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카메라 센서 1위 사업자인 소니와 협력해 AI 기반 이미지 품질 향상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은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수세에 몰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은 전년 대비 4%P(포인트) 감소한 24%의 점유율을 기록, 2위에 그쳤다. 1위는 화웨이(26%)에 내줬다. 3위인 샤오미(13%)가 차지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 출시한 60만원대 태블릿PC ‘메이트패드 11.5 S’ 모델을 통해 현지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제품에는 자체 제작한 ‘기린’ 칩셋과 자체 운영체제(OS)인 ‘하모니 OS’가 적용돼 가성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144㎐(헤르츠) 수준의 높은 화면 주사율을 구현했다.
애플은 중국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3분기 중국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점유율 7.3%로 4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5%P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화웨이는 전년 대비 7.1%P 늘어난 점유율 35.7%로 선두를 기록했다. 2위는 샤오미(21%), 3위는 BBK(16.9%)였다.
화웨이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40만원대 스마트워치 ‘D2’는 혈압 측정 기능이 적용됐다. 이 기능을 토대로 중국에서 의료기기로 등록한 후, 의료보험을 통해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다.
중국은 애플의 전체 기기 매출 중 20%가량을 담당하는 최대 시장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애국소비 기류로 현지 기업 제품들이 주목받으며 애플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애플은 중국 매출을 보전할 대체 시장을 물색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4위에 오르며 순위권에 진입했다. 최근 인도 시장에서 아이폰 시리즈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애플이 대체 시장으로 보고 있는 인도는 아직 프리미엄 시장 규모가 중국에 비해 작아, 당장 줄어든 매출을 보전해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