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본사./조선DB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추가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본국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을 위한 공급망 확보를 비롯해 인력 고용, 자금 확보 등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TSMC가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투자 규모는 1650억달러(약 241조원)다. 이번 투자 발표 이전 650억달러(약 94조원)를 투입해 공장 3개를 건설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1공장은 최근 4㎚(나노미터, 10억분의 1m)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2공장은 2027년, 3공장은 2030년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TSMC가 이 같은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대만 현지에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TSMC가 계획 중인 파운드리 첨단 공정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에 투입될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이 원활히 수급돼야 할 뿐만 아니라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할 경우 대만보다 투입되는 비용이 커 재정 부담이 심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만에서는 미국에서 첨단 공정 가동을 위한 파운드리 공급망을 발 빠르게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만 경제일보는 “현재 투자만으로는 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기에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TSMC는 물량을 확보한 후,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왔기 때문에 현지에서 투입될 미국 장비 및 소재 공급업체가 가장 먼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인력 고용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4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용 창출 효과에도 파운드리 첨단 공정을 담당할 수 있는 숙련된 엔지니어와 TSMC의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현재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인력 절반이 대만 TSMC에서 파견됐다. TSMC는 계획된 일정에 맞춰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숙련된 엔지니어를 파견했지만, 근무 시간과 조직문화 등을 두고 파견된 TSMC 직원과 현지 고용 인력 간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첨단 공정을 담당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전 세계에도 흔치 않다”며 “미국 현지에는 첨단 파운드리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요구에 언제든 빠르게 대응하는 TSMC의 조직문화도 낯설어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미국 현지 생산 가동으로 늘어나는 비용도 문제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관세를 피하고,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TSMC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일보는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려고 할 때 현지에서 고용하는 엔지니어 급여는 대만보다 3~5배가량 더 높다”며 “미국 현지에 TSMC 공장 가동을 위한 공급망도 불완전한 상황으로 (단기적으로 TSMC가 부담해야 할) 비용 지출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TSMC의 투자 계획은 유연하게 변동될 수 있어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공개되지 않은 점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며 “이는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롄셴밍 대만 국책 연구기관 중화경제연구원(CIER)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빠를수록 좋으며 늦어질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며 “TSMC의 발 빠른 대화로 이제 걱정해야 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