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Games Great Again)”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구호를 내세우며 직접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게임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머스크 CEO도 xAI를 통해 AI 기반 게임 스튜디오 설립을 선언했다. AI가 게임 개발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머스크의 행보가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각) 머스크 CEO는 한 X 사용자의 “xAI가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해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는 글에 “그렇다”라고 답하며,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계획을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그는 “xAI가 AI 게임 스튜디오를 시작할 것이며,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해당 프로젝트가 단순한 구상이 아닌 실제 추진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xAI는 머스크 CEO가 2023년 3월 설립한 AI 연구 기업으로, 생성형 AI 모델 ‘그록(Grok)’을 개발한 회사다. 현재 챗봇을 비롯해 AI 기반 서비스 확장을 모색 중이다. xAI는 17일 차세대 챗봇 ‘그록3’를 공개하며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록3는 AI 성능 평가 플랫폼에서 GPT-4o, 제미나이-2 프로, 딥시크 R2 등 경쟁 모델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수학·과학·코딩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며 강력한 추론 능력을 입증했다.
머스크 CEO는 AI 기술이 게임 개발 방식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부터 게임 산업에 관심을 보여 왔으며, 1984년 직접 개발한 게임 ‘Blastar’를 출시한 경험이 있다. 또한 테슬라의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 2(Path of Exile 2)’ 유저인 것을 인증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AI의 발전은 기존 게임 개발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며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NPC(Non-Player Character, 컴퓨터가 조정하는 캐릭터)가 정해진 패턴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하고 대응할 수 있어 보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 프로세스에서도 자동화된 코드 생성, QA 테스트 최적화 등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AI 기술이 게임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임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30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거대한 시장으로, 글로벌 IT 기업들 입장에서 막대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AI·클라우드·구독 모델이 결합되면서, 게임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빅테크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접목하는 데 적극적이다. 2024년 약 109조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하며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를 확보했고, AI 기반 NPC 및 게임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을 연구 중이다.
오픈AI도 AI NPC 및 게임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을 연구 중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달 초 방한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와 만나 오픈AI의 고품질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CPC(Co-Playable Character) 개발과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징어게임’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게임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며, 최근 수십 개의 게임을 추가로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게임 추천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에도 투자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에 관심이 큰 머스크 CEO가 ‘오징어게임’ 등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게임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만큼 게임에 대해 진심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진출한다면, 의미있는 성과가 수년 내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