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멕(Imec)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한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도 만날 예정입니다.”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멕은 이날 오후 ‘아이멕 테크놀로지 포럼 코리아(ITF)’ 행사를 개최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이 반도체 시스템의 다양한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아이멕이 국내에서 ITF 행사를 여는 것은 9년 만이다.
아이멕은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1984년 설립됐다.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며 유럽연합(EU)의 주요 대학과 세계 반도체 기업이 가입돼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는 2000년대 초부터 협력해오고 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지난 2022년 6월 벨기에를 찾은 이 회장과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이멕 본사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R&D)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2년 전 이재용 회장이 아이멕을 방문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 현재뿐 아니라 미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방한 기간 곽 사장과도 만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는 모듈(빌딩 블록), 차세대 소자, C-FET 등 5∼10년 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기술에서 협업 중”이라고 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이날 아이멕의 주요 연구성과도 발표했다. 아이멕은 25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팹 확장을 통해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인 하이-NA EUV 약 100개 장비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대학, 글로벌 기업 등과 협력해 장기 연구 및 혁신을 추진하고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국경을 넘는 글로벌 협력은 반도체 기술 발전에 굉장한 도움이 됐다”며 “현재 디커플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각각 연구개발을 하게 되면 혁신의 속도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한국에 아이멕 연구소 개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현재 대만과 일본 등에서 아이멕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아이멕 연구소를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가 발전하면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앞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안에 로직 칩의 기능을 늘리는 방향이나, 메모리가 프로세서에 더 가깝게 붙게 되는 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아이멕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