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는 훌륭한 작업을 해냈고, 전 세계 인공지능(AI)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내놓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를 두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하나같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저사양 AI 칩으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해 엔비디아나 AMD의 기존 AI 칩 수요가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AMD의 수장도 딥시크의 성과와 향후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딥시크가 이뤄낸 ‘AI 개발 비용 절감’이 스타트업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AI 수요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딥시크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평가받는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현지시각)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딥시크의 AI 모델을 두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딥시크가 개발한 것과 같은 고효율 AI 모델이 성행할수록 범용 AI 칩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도 수 CEO는 낙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더 적은 인프라로 훈련과 추론 기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는 우리가 AI 컴퓨팅을 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배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글을 이끌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CEO 또한 같은 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딥시크 관련 질문을 받고 “딥시크는 무엇보다 훌륭한 팀”이라며 “그들이 아주, 아주 훌륭한 작업을 수행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피차이 CEO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추론 비용이 줄어든 덕분에 AI 활용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며, 이는 빅테크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론 작업은 이미 훈련된 AI 모델을 기반으로 실제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하드웨어로도 수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피차이 CEO는 구글의 경량 AI 모델인 제미나이 2.0 플래시와 2.0 플래시 씽킹이 딥시크 R1과 효율성 면에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딥시크가 선보인 AI 추론 모델 ‘딥시크 R1′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비용은 적게 들어 글로벌 IT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 R1은 100만개의 출력 토큰당 2.19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OpenAI의 o1 모델(100만개 출력 토큰당 60달러)보다 약 96% 저렴하다. 구글은 향후 경량 모델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면서도 AI 분야 지출은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날 AI 투자 강화를 위해 올해 자본 지출 규모를 750억달러(약 109조원원)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 MS의 수장 사티아 나델라 CEO 역시 “딥시크는 진정한 혁신 몇 가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했다. 나델라 CEO는 “토큰 가격이 내려가면 AI 추론 컴퓨팅 비용도 줄어들고, 이런 최적화 덕분에 AI는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며 “우리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운영사)나 PC 플랫폼 제공업체에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딥시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MS와 같은 날 열린 실적발표에서 “딥시크가 구현한 여러 새로운 요소가 있는데, 메타도 이를 배워서 시스템에 적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딥시크가 메타의 오픈소스 AI 모델인 라마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묻자, 저커버그는 “그건 AI 업계에서 당연한 흐름으로, 그것이 중국 경쟁업체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며 “새로운 AI 기업이 등장할 때마다 업계가 배울 수 있는 혁신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기술 산업이 발전하는 방식”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