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갤럭시S25′를 사실상 공짜로 드려요.”

지난 30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전자상가. 이동통신 A 유통점 판매원은 “지금 갤럭시S25 구매 사전예약을 하면 공시지원금을 제외한 추가지원금 70만원을 제공한다”면서 “공시지원금이 20만원대로 적게 나왔기 때문에 ‘25% 선택약정 할인(이하 25%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사실상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신 10만원 이상 요금제에 6개월간 가입을 해야 하고,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오는 2월 4일 국내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5′의 사전 구매 예약에 일부 이동통신 유통점을 중심으로 70만원이 넘는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 외에 추가 현금 지원)이 풀리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을 찾으면 십중팔구 추가 지원금을 뿌리는 곳이었다.

◇ ‘갤럭시S25′가 단돈 5000원

A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현재 6만원대 요금제를 이용 중이고, 번호이동도 할 의사가 있다”면서 갤럭시S25(256GB) 모델을 문의했다. 그러자 판매원은 계산기에 숫자 ‘5000′을 입력했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직원은 “115만5000원의 갤럭시S25를 실제로 구매하는 가격이 5000원이라는 의미”라고 답했다.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 73만원과 2년간 25% 요금할인 총액(42만원)을 단말기 출고가에서 빼면 실제로는 5000원에 구매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6개월간 10만원짜리 요금제 가입 유지 후 18개월간 6만원짜리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요금할인 총액은 42만원이다. 만약 10만원대 요금제를 2년간 사용하면 공짜폰이 아니라, 마이너스폰(할인 혜택이 출고가보다 큰 폰)이 된다.

갤럭시S25 플러스와 갤럭시S25 울트라 모델을 문의하자, 추가 지원금은 73만원으로 똑같고 각각의 출고가에서 추가 지원금과 25% 요금할인 총액을 빼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변에 있는 이동통신 유통점들도 가격은 비슷했다. 번호이동을 하는 통신사마다 추가 지원금 액수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65만~73만원 정도의 갤럭시S25 시리즈 추가 지원금이 형성돼 있었다.

B 이동통신 유통점 직원은 “제조사 입장에서도 사전 구매 기록이 신제품 흥행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점에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이 집중된 영향이 크다. 매년 신제품 출시 때마다 사전 구매 예약 기간에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이나 추가 지원금 규모도 작년(갤럭시S24)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 공시지원금 짜게 설정한 통신사들…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눈에 띄는 점은 이동통신 3사가 내건 공시 지원금 액수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4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공시지원금이 6만~8만원에 그쳤고, 10만원이 넘는 요금제를 써도 공시지원금은 최대 23만~24만5000원에 불과했다. 방문했던 이동통신 유통점 직원들 모두 공시지원금 대신 25% 요금할인을 받아야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던 이유다.

예를 들면, 4만원짜리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면 최대 8만원을 받지만, 25% 요금할인을 선택하면(6개월간 10만원짜리 요금제 유지 후 18개월간 4만원짜리 요금제를 이용하면) 2년간 총 33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는 것보다 25만원 정도 더 이득을 보는 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25% 요금할인 폭이 크다는 점을 내세워 신제품이 나왔을 때 통신사들이 일부러 공시지원금을 낮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고가 요금제 가입으로 유도하는 일종의 상술”이라고 했다.

갤럭시S25는 단통법 폐지 법안 통과 이후 출시된 첫 신제품이자, 오는 7월 단통법 폐지 전 출시되는 마지막 신제품이다. 하지만 전작(갤럭시S24) 출시 때와 비교했을 때 공시지원금은 한 푼도 늘지 않았다. 지난해 갤럭시S24가 출시됐을 때 공시지원금 최대 액수는 24만원이었다. 추가 지원금이 많이 풀려 휴대폰 성지로 불리는 일부 유통점을 제외한 일반 이동통신 유통점을 방문했을 때 느낌은 “여전히 비싸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