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불법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했다고 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미 법원에서 빅테크가 ‘독점 기업’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만약 구글이 최종 패소할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검색, 안드로이드, 크롬 등 사업군별로 기업이 쪼개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미 법무부가 구글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판결했다. 메흐타 판사는 이날 286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건 독점을 불법으로 규정한 셔먼법 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20년 10월 미 법무부와 일부 주(州)들이 구글이 검색 엔진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구글이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거액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구글이 2022년 애플에 200억달러, 삼성전자에는 4년에 걸쳐 80억달러를 지급한 사실이 공개됐다. 그 대가로 애플은 자사 브라우저 ‘사파리’와 음성 인공지능(AI) ‘시리’에서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사용하고, 삼성도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을 구글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메흐타 판사는 “구글은 2021년 한 해에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등에 260억달러(약 35조7420억원)를 지불했고 이는 다른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구글은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연방법원의 판결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빅테크를 상대한 미 정부의 20년 만의 가장 큰 승리”라며 “다른 빅테크와의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이 패소한 것은 빅테크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1998년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브라우저 끼워팔기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있었다. 경쟁당국은 MS가 PC 운영체제(OS)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아 경쟁을 저해했다고 봤다. MS는 빌 게이츠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윈도와 연동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윈도 소스코드 일부를 공개하며 회사 분할을 면했다. 이를 계기로 구글은 인터넷 시대를 장악하며 급성장했다.

이번 판결은 MS의 반독점 소송 이후 주요 IT 대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논란에 대한 첫 판결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현대 인터넷 시대에 있어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소송에서 나온 첫 번째 반독점 판결”이라며 “이 획기적인 판결은 다른 많은 빅테크 기업의 소송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판결에 즉각 반발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만약 항소심에서 연방 대법원마저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구글이 기업 분할을 해야 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구글이 검색 사업 부문을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나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 등 다른 제품들과 분할하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판사의 명령이 내려지면 1984년 통신사 AT&T 해체 이후 미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강제 해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현실적 방안은 구글이 검색 엔진 선탑재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검색 엔진을 골라서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애플이 구글 외에 MS의 빙(Bing) 등 다른 검색 엔진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구글이 즉각 항소하기로 한 만큼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법원이 구글에 지금까지 해온 수익 공유를 중단하라고 명령할 수 있지만 이는 구글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며 “이용자들이 이미 구글 검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이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애플, 아마존, 메타 등도 미국, 유럽 등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의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 인수 취소 소송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