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4통신사는 겁이 안 납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아 대기업이 들어와도 힘들 겁니다.

정부가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네 번째 이동통신 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통신업계는 “수익성과 사업 확장 가능성이 낮은 규제산업에 누가 발을 들일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주파수를 활용하는 동시에 경쟁 활성화로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4통신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2분기 내에 주파수 할당 계획을 공고해 올해 4분기에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선정된 제4통신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정부가 제4통신사 추진에 속도를 내는 건 기존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재를 해소하는 데 첫 번째 목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40.1%) KT(22.3%) LG유플러스(20.7%) 등으로 합계는 83.1%에 달한다. 주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의 자회사인 걸 감안하면 통신 3사의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는다.

과기정통부는 제4통신사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초기 망 구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소 3년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통신 3사와 한전이 보유한 기간망과 광케이블 등 필수 설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과기정통부가 예상한 망 구축 비용은 3000억원 수준이다. 통신 3사의 망 구축 비용이 1조원대인 걸 감안할 때 3분의 1 수준이다.

또 과기정통부는 2010년부터 추진한 제4통신사 유치 실패가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라고 판단, 수도권·강원권·충청권 등처럼 특정 권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추가로 권역 전체를 커버하는 망을 구축할 필요 없이 인구가 많이 모이는 대형 쇼핑몰이나 경기장, 공연장 등 100~300개 장소에 기지국을 설치하도록 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국내 통신 시장은 이통사 간 인수합병(M&A)을 거쳐 통신 3사 과점구조가 형성된 후 20년이 넘게 경쟁구도가 유지되고 있다”라며 “지금 우리 통신 산업을 보면 시장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가격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시장실패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제4통신사가 통신요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

통신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같은 이유로 7차례(2010~2015년)에 걸쳐 제4통신사 유치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통신 3사의 한 임원은 “통신은 금융 같은 규제 산업으로 투자 규모 대비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다”라며 “통신 3사가 지난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냈지만, 실제 통신 관련 영업이익률은 6~8%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망 설치 비용과 함께 유지 보수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수”라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대기업은 가능하겠지만, 그들이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고 정부의 개입이 뻔히 예상되는 산업 들어오려고 할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28㎓ 대역의 5G 서비스 주파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28㎓ 주파수는 통신 3사가 서비스 중인 주파수 대비 속도는 빠르지만 직진성이 강해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많이 설치해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가 28㎓ 대역 주파수 회수 조치를 예상하면서도 기지국 설치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롯데, 신세계 등이 제4통신사 후보로 거론되지만 해당 기업들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따져볼 예정이다”라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알뜰폰 회선의 40%를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에서 제4통신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망 구축에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만큼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알뜰폰을 사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