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데일 어도비코리아 사장이 지난 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도비 제공

“한국은 모범적으로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국가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디지털 전환을 위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경쟁력은 첨단 기술이나 ‘K콘텐츠’로 불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큰 강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이먼 데일(Simon Dale) 어도비코리아 사장은 지난 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과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데일 사장은 “한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많고 비디오,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창작가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품질 콘텐츠는 어도비의 다양한 솔루션으로 표현되면서, 한국에서 어도비의 디지털 전환 기술과 경험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1월 어도비코리아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데일 사장은 2019년부터 어도비 동남아시아를 이끌어 왔다. 그는 20여년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데일 사장은 “많은 사람이 어도비를 포토샵을 만든 기업으로 생각하지만, 현재의 어도비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창작가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게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분석툴까지 제공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변화해 왔다”고 했다.

그는 “어도비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왔고 학계의 케이스 스터디가 될 만큼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냈다”며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고객의 경험을 축적하고 분석, 활용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어도비의 다양한 툴과 서비스는 한국의 기업과 창작가들에게 디지털 전환의 가치를 느끼게 해줄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어도비

어도비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 어도비는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 판매 방식을 클라우드를 통한 구독결제로 바꿨다. 당시 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서는 “몇 년 안에 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지만, 10년 뒤 어도비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현재 어도비의 사업군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많은 사람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포토샵, 프리미어 등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사업이 있다. 현재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90% 이상이 어도비 포토샵을 사용하고 있고, 창작가 커뮤니티 ‘비핸스’는 회원만 2900만명이 넘는다. 어도비는 창작물을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포토샵에는 창작자가 별도의 과정 없이 위조나 복제가 불가능한 형태의 디지털 작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다. 이러한 창작물은 창작물 마켓인 ‘어도비 스톡’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또 어도비는 사업 영역을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 추적, 분석으로 확장하고 있다. 어도비가 기업의 온라인 경험 지원을 위해 출시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웹사이트와 모바일 등 디지털 채널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경험과 인터랙션을 추적할 수 있으며, 어도비 애널리틱스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 선호 고객을 정밀하게 분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실시간으로 선호 고객에게 시의적절한 제품을 추천하거나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에게 유·아동 제품을, 신입생이나 신입 직원에게 노트북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어도비의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기술은 쌓여가는 수많은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 콘텐츠를 저장하고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 호텔 체인 하얏트는 전 세계 9만7000명 이상의 직원을 통해 수집되는 7만여개의 콘텐츠를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자결재 시장에서도 어도비는 전자문서 생성, 수정, 사인 등 전 과정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데일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촉진되면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콘텐츠 매니지 클라우드의 수요가 급증했고, 어도비에는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해 자체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옮겨가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는 “내부에서 계속 운용할 경우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어도비는 클라우드 기반 위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프로바이더(제공자)가 될 것이다”고 했다.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기능. /어도비 제공

이어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비대면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웹사이트나 모바일,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마치 실제 경험하는 것처럼 고품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며, 이러한 콘텐츠의 생산, 유통, 마케팅의 전 과정에 어도비가 함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 사장은 기업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어도비는 자사의 실시간 사용자 경험 추적, 분석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업무 프로세스를 ‘데이터 기반 운영 모델(DDOM)’로 명명했다. 실시간으로 분석된 데이터를 통해, 마케터가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일 사장은 “디지털뿐만 아니라, 모든 신기술이 마찬가지로 변화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고,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DDOM 등의 기술을 단순히 학습에 그치지 않고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것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야 디지털 경제 시대에 기업이 생존을 할 수 있다”며 “디지털 역량은 실행이 매우 중요한데, 기업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