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게임 개발자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게임사들은 여전히 신입 개발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신입 개발자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지 않아, 게임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게임업계 전문 채용사이트 게임잡에 따르면 5일 기준 업계 경력 개발자 채용 공고는 3000건 이상인 반면, 신입 채용 공고는 3분의 1 수준인 923건뿐이다. 신입 공채 숫자는 더 적은데, 현재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한 대형 게임사는 카카오게임즈가 유일하다. 중소 게임사 중에서도 엔픽셀 한 곳뿐이다.

게임업계는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전한다. 최근 게임은 물론,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관련 프로그래머 등 개발자 수요가 많은데, 막상 채용 시장에는 이런 프로젝트를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학 등을 갓 졸업한 신입 개발자들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뽑아 주는 회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경력자와 신입 개발자 간 채용시장에 대한 분위기가 완전히 상반돼 있다”고 했다.

1년 차 개발자 김모(25)씨는 “신입 공채가 가뭄에 콩 나듯 열리기 때문에 게임회사 신입 채용 공고가 뜨면 사람이 몰려 경쟁률이 높다”라며 “기본적으로 인턴십을 5~6개를 돌고 와야 한 번의 기회가 생길까 말까다”라고 했다. 2년 차 개발자 임모(28)씨는 “전반적으로 신입 개발자들은 직장 구하기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회사들이 신입을 뽑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즉각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력직만 선호하는 모순이 상당하다”고 했다.

신인급 구직자들의 불만은 게임 회사들이 정규직인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이를 대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올해 들어 다수의 게임사가 대대적인 채용을 알리고 있으나, 대부분은 경력직에 해당하고, 신입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십이다. 채용연계형 인턴십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인턴 과정을 거쳐 우수한 능력이나 적성을 보인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인데, 몇 명을 어떻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고 있다. 실제 채용이 되는지 인턴 과정에서는 알 수 없다. 인턴십에 참여 중인 강모(25)씨는 “이 회사 인턴십이 끝나면 또 다른 인턴십을 찾아야 할 지도 모른다”라며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니 힘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현재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선발 중인 회사는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으로 인턴십 중 정규직 전환 비율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넥슨 역시 최근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연계형 인턴을 뽑아 교육 과정을 진행 중으로 인턴에게도 신입사원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인원 제한 없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있어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이나, 현재 넥슨은 별도의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

게임업계는 개발자 직군 특성상 잦은 이직이 신입 공채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신입을 뽑아 숙련 개발자로 키우려면 회사도 수년간의 투자가 필요한데,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이 회사가 투자에 따른 효과를 보기도 전에 다른 회사로 옮겨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입사원 채용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또 상황에 맞게 수시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채용연계형 인턴의 확대는 이런 업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신입을 뽑으면 최소 2년간은 성과가 나오지 않아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시기다”라며 “신입 공채로 뽑느니 인턴십으로 싹수가 있어 보이고 회사에 잘 맞는 신입 개발자를 조금씩 채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도 등 인사, 노무 문제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인턴을 고용하면 고용 계약 같은 면에서 시간도 벌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또 게임사 입장에서는 경력 개발자의 몸값이 너무 많이 올라가 가능성 있는 유효 인력을 항상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신입 채용보다는 인턴 채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