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검색엔진으로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네이버가 2021년 현재 시가총액 67조원의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네이버의 대표 서비스인 검색뿐 아니라 커머스, 웹툰, 클라우드 등 전 사업에 걸쳐 이용자가 늘고 있다. 최근 공개된 3분기(7~9월) 매출을 보면, 커머스(3803억원), 핀테크(2417억원), 콘텐츠(1841억원), 클라우드(962억원) 등 4대 신사업 매출 합산이 검색을 통한 광고 매출(8249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로 시작해 네이버로 끝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를 통해야만 쇼핑하고, 결제하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 경제가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 통행세(수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끝난 국회 국정감사가 ‘플랫폼 국감’이란 별칭으로 불렸듯 정치권과 정부도 네이버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빅테크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공화국’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조선비즈는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주역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플랫폼 전문가로 꼽히는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플랫폼 규제 연구를 위해 신설한 플랫폼경제연구팀을 이끄는 이화령 팀장을 각각 대면·서면·전화로 만났다. 네이버 공화국의 문제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제조업 등 전통 산업보다 심각한 만큼 철퇴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네이버 없이 살 수 없는 네이버 공화국의 득과 실, 어떻게 평가하나.
한준호 “네이버 없이 살 수 없는 게 아니라 네이버의 편리함에 의존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초기 기업)이든 뭐든 첫 시작은 플랫폼이다. 우리말로 풀어 쓰면 장(場)이다. 장 안에 사람이 모이게 해서 거래를 하게 한다. 사람이 모이면 수수료를 올린다. 그래서 종속에 대한 위험성을 얘기한다. 권력도 분산돼야 한다. 시장이 권력에 종속돼 가는 과정은 좋지 않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다. 처음에는 따뜻하던 물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끓기 시작해 위험한 줄 모르고 죽어가는 것이다.”
이상근 “디지털 시대를 연 것은 평가할만하다. 특히 이번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서 디지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웃 일본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정부지원금이 우리는 2주 만에 거의 90%가 지급됐지만 일본은 6개월이 걸렸다는 것으로 플랫폼의 위력을 확인했다.”
이화령 “득은 분명하다. 편리한 검색을 통해 만족할 만한 상품·서비스를 매칭해준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실’이라기보다는 ‘우려’라고 표현하고 싶다. 디지털 거래 전반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니 효율성이 저하된다. 경제의 역동성도 저하돼 우려스럽다.”
―모든 수요·공급이 플랫폼으로 모이는 독식구조,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한준호 “포털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 포털이 언론을 종속시키고 있는데, 이들은 권한이 막강한지도 모르고 시장 논리를 주장한다. 시장에 충실하든지, 권력에 충실하든지 해야 하는데, 둘 다 갖고 싶어 한다. 시장 논리로 쇼핑도, 결제도 다 하고 있다. 포털 하나가 가진 권력이 막강한데 이를 잘 모르겠다는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문제가 있다. 한성숙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상근 “플랫폼 기업의 자회사가 모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자회사 정리가 필요하다. 플랫폼 소속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사이에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겠나.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이화령 “과거 전통산업에서의 독과점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규모가 크면 효율적이니 경쟁에서 우위에 있고, 이에 따라 덩치를 점점 불리는 식이다. 플랫폼 경제는 규모의 경제도 있지만, 데이터 축적이 실시간으로 대규모로 이뤄지고 이에 따라 상품을 더 낫게 개발하는 등 유리하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특별히 경쟁하지 않아도 더 빠르게 독과점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화령 “소수 빅테크에 경제력이 집중되다 보니 경제적으로 효율성·역동성이 저하된다는 우려와 함께 사회적으로 양극화, 민주주의 훼손 등 전반적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리나 칸(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의 기조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이들을 규제하는 경쟁정책이 그동안 과소 집행됐다는 것이다. 기업 하는대로 너무 나뒀다는 거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빅테크 규제 대상을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준호 “2010년 애플의 아이폰이 대중화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셋톱에서 빠져나가 휴대폰 안으로 밀집했다. 많은 비즈니스가 창출된 건 좋은데 우후죽순 나왔다. 장(場)은 만들어지는데 책임 없는 장이 생긴다. 사람을 모아두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중화된 것이 10년이다. 플랫폼은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데, 법 하나 만드는 데 1년이 걸린다. 1년이면 플랫폼이 많이 변화한다. 이제 클 곳은 다 컸다. 그물망에 들어올 시점이 됐다. 권력과 맞서야 한다. 우리(국회)가 먼저 제안을 할 것이다. 일종의 규제로 볼 수 있겠지만 벌었으면 내놓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네이버가 무엇을 했나.”
이상근 “이제 디지털 기업의 폐단이 나타나고 있다. 승자독식이다. 이는 종국적으로 새로운 스타트업의 탄생을 막는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플랫폼 기업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한국 정부·정치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한준호 “포털이라는 종합백화점을 만들어 놓고 여기서 얻은 이익에 대해 국가나 사회에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자산규모 10조원 네이버는 이제 대기업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집중적으로 포털과 언론과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각 언론사의 기사배치 화면을 네이버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서비스)로 언론이 종속되고 있다. 네이버는 본연의 검색 포털로 돌아가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 방식으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화령 “빅테크 사전규제를 따라가야 하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 플랫폼이 그만큼 경제력을 집중시키고 있는지 연구가 더 필요하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아직 그 수준까진 아니라고 보고 있다. 사전규제는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혁신을 저해하거나 효율성을 막을 수 있다. 왜 특정 기업, 특정 행위를 나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도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사후규제의 실효성을 높여 이를 신속하게 적용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 네이버는 거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제재하기 어렵다. 알고리즘 공개까진 아니더라도 알고리즘이 랭킹을 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한다는 주요 변수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
이상근 “우리나라 통신시장 같이 시장 점유율로 규제하든지 전기·가스처럼 수수료를 승인제로 변경해야 한다. 정 안 되면 국가가 운영하는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 같이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 현상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한준호 “포털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공정한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애플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앱스토어에서 수수료 30%를 가져가는 것은 정당한가. 이건 누가 정했나. 애플이 정한 것이다. 이걸 보고 구글도 30% 받겠다고 했다가 한국에서 좌초됐다. 이런 수수료는 앱 사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해봐야 한다. 얼굴을 알면 공인이다. 포털은 사람으로 따지면 공인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논의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수수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KBS가 수수료 올리려고 하지만 아직도 안 되고 있다. 국민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KBS의 역할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하고 있다. 수수료 공정위원회라도 만들어서 충분히 얘기해야 한다.”
이상근 “플랫폼 독점, 쏠림현상은 이념의 쏠림으로 이어진다. 플랫폼에서 편향된 댓글이나 특정 세력의 지배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댓글이나 좋아요 클릭 수를 제한하고, 실명제 도입이 요구된다. 익명성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 편향된 여론 호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명제가 필요하다.”
이화령 “경쟁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 스스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경쟁법 집행이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네이버가 시장 지배력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어떻게 공유해야 한다고 보나.
한준호 “포털이 궁극적으로 다 하고 싶어 하면서 죽어가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포털 생태계에 들어온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기금 같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익의 몇 퍼센트는 소상공인 기금, 미디어 기금 등으로 조성해야 한다. 플랫폼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고 있지 않나. 그 가치를 플랫폼이 매기고 있다. 지금 내고 있는 상생안 등은 시늉일 뿐이다. 버는 금액에 대해 일정액을 사회 환원하고 기업을 위한 상생 기금으로 쓰는 것이다. 수수료에 대해서도 적정한지 평가받아야 한다. 언론 종속을 야기하는 뉴스스탠드도 없애야 한다.”
이상근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 아날로그와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는 일종의 통행세를 받는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콘텐츠 공급업체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법인세 역시 일정 금액이 넘어서면 누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화령 “무조건 이익을 분배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건 시장에 해로울 수 있다. 어느 정도 기간의 독점 이익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진입장벽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없애줘야 한다. 그래야 독점 이익을 견제할 수 있다.”
―지금 네이버의 조직 구조,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 연말 대대적 경영진 교체로 조직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한준호 “조직이 견제받지 않으면 폭주할 수밖에 없다. 이해진 GIO가 폭주한다는 게 아니라 상급자에 권한이 쏠린 조직구조가 폭주를 만든다. 네이버 경영진은 견제받는 걸 싫어하고, 권력을 쥐고 있음에도 모든 시장 자율에 맡겨달라고 한다. 사업 역시 모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견제하려고 하니 이해진 총수가 GIO로 직함을 바꿨다. 보여주기식 쇄신으론 변화할 수 없다. 경영진이 폭주하지 않도록 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노조든 외부평가 위원회 등 협의체가 필요하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준호 “네이버가 대한민국 성장에 기여한 바도 있다. 하지만 그 성장 과정에서 희생된 산업, 국민도 있다. 잘한 것만 생각하고 비난은 받기 싫어한다. 그러니 회피한다. 기업인으로서 잘못된 자세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활성화된 지난 10년간 많이 누렸다.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보이는 것으로 소상공인 기금 마련이 시급하다. 네이버에만 들어가면 수익구조가 생기는 방식으로 언론 종속시키며 지형을 흐트러뜨린 것도 큰 문제다. 아웃링크 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왜 한국만 그렇게 하나.”
이화령 “경제력이 집중된 빅테크에 사회적 책임감이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공정거래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자금력·네트워크 많은 빅테크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가령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들어서 작은 기업은 못 뛰어드는 새로운 시장, 비용 등으로 미처 열리지 못했던 시장에 뛰어들면 수요·공급의 매칭을 효율화할 수 있다.”
이상근 “네이버는 너무 정치적이다. 이번 QR 코드와 같은 방역 시스템은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아마도 정치권에서 준 일종의 특혜라 판단된다. QR 방역 인증시스템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며 진정 국민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BBC와 같이 공정·중립이야말로 포털의 역할이라 판단된다. 경영진은 이점을 유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