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지식 상담으로 수익을 창출하세요!”
네이버가 ‘지식인(iN) 엑스퍼트’란 플랫폼을 통해 전문가를 모집하기 위해 내세운 문구다. 네이버는 지식인 엑스퍼트를 통해 법률이나 소액소송, 세무 같은 전문분야뿐 아니라 피트니스, 번역, 뷰티, 인테리어 같은 일상 분야에서까지 전문가와 실시간 상담을 나눌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사주나 타로점 같은 이색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를 제공할 변호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같은 이른바 ‘사(士)’자가 포함된 직업군뿐 아니라 검증된 업계 전문가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가 이처럼 전문직을 내걸고 이를 원하는 사용자와 매칭해 주는 ‘온라인 사무장’을 자처하는 이유는 뉴스나 쇼핑, 웹툰 같은 콘텐츠 외에 전문적이면서도 누구나 내놓을 수 없는 희소한 콘텐츠까지 구색을 갖춰 사용자를 포털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식인 엑스퍼트의 뿌리이자 오늘날 국내 인터넷 최대 검색 포털로 네이버를 자리매김하게 해준 ‘지식인’ 서비스는 ‘지식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지식인 서비스는 현재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여기에 네이버가 검증한 전문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료를 내건 것이 엑스퍼트다. 결국 이런 네이버의 콘텐츠 확보는 이용자 수 기준으로 광고 단가를 매기는 현 구조에서 주 수익원(광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네이버는 각 업계 이익단체와 충돌하고 있다. 변호사 등 일부 업종과는 법 위반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아무런 규제도 안 받는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가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각 업계에서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로톡(변호사 홍보 플랫폼), 강남언니(소비자·의사 연결해주는 플랫폼) 등과의 차후 경쟁도 불가피하다. 네이버가 거대 플랫폼 파워를 등에 업고 현업은 물론, ‘제2의 네이버’로 클 수 있는 기업들의 씨마저 말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네이버 같은 인터넷 사업자는 성장하는 신산업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 없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으나 더는 시장 혼란을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했다”라면서 “이제는 국내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
◇ 콘텐츠 늘리고, 광고수익까지 ‘두 마리 토끼’
네이버가 지식플랫폼으로 먹거리를 확장하려는 이유는 지식인에서의 성공 경험이 작용했다. 2002년 지식인을 내놓기 이전까지 네이버는 야후, 다음, 라이코스 등에 비해 존재감이 미미한 검색 포털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사용자가 올린 질문 등에 다른 사용자가 답변하는 식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이 서비스는 정보전달이라는 일방향성에 그쳤던 포털의 기능을 쌍방향 소통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야후와 다음은 물론, 구글까지 지식인과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2019년 첫선을 보인 지식인 엑스퍼트는 지식인에 ‘전문성’을 더했다. 누구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지식인과 달리, 네이버의 검증을 거친 전문가가 답을 준다. 양질의 답을 제공하는 만큼 이용자는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 중 5.5%는 수수료 명목으로 네이버가 가져간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전문가를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격증 등을 필수로 확인한다.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받은 변호사 신분증을, 변리사는 특허청, 대한변리사회로부터 받은 자격증·등록증 등을 각각 제출해야 하는 식이다. 이후 네이버는 영업일 기준 7일 동안 심사로 엑스퍼트 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네이버 톡톡(네이버 ID 기반 무료 채팅 서비스)’을 이용해 전문가와 상담하고, 이용자는 그 대가를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식의 가두리 전략도 더해졌다.
◇ ‘사(士)’들과 끊이지 않는 갈등… ”플랫폼 종속 우려”
네이버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를 꾀하고 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존 사업자들은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네이버에서 서비스할 경우 당장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향후에는 완전히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곧 수수료 인상이나 현재는 부과하지 않고 있는 광고비 청구서로 연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검색 결과 상위에 업체명을 노출해주는 ‘파워링크’ 같은 광고상품이 엑스퍼트 서비스가 안정화된 뒤에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라면서 “이 경우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전문직들이 우선 노출돼 소비자들은 왜곡된 선택을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업계는 특히 엑스퍼트에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는 네이버가 지식인 엑스퍼트로 법률상담 서비스를 하며 수수료 공제 후 변호사에게 상담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수수료가 현행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이익분배’라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또 추후 네이버가 수수료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네이버는 엑스퍼트의 형사 고발 이후 수수료율을 5.5%에서 1.6%로 인하한 바 있다. 이는 반대로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해 6월 말 여해법률사무소에 이어 같은 해 7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이뤄진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지식인 엑스퍼트를 형사고발했다. 올해 7월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가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고발인들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은 현재 성남지청에 이첩돼 있어 불씨는 여전하다.
현재 법률플랫폼 ‘로톡’과 갈등을 빚는 대한변호사협회도 지식인 엑스퍼트를 로톡과 같은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윤우 변협 수석대변인은 “현재 로톡에 집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엑스퍼트 역시 로톡과 같은 대상에 포함된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지식인 엑스퍼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의 알선·광고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지식인 엑스퍼트에 등록된 변호사는 약 130명으로 집계된다.
부동산도 네이버가 업계와 갈등을 빚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공인중개사들은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업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협회)에 공문을 보내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직접 진출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지만, 공인중개사 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진출은 안 하겠지만,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간접 진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반발을 불러왔던 네이버의 약관 개정 불씨도 남아 있다. 허위매물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업체(CP) 매물 등록 시 집주인 전화번호와 네이버 아이디를 추가하도록 약관 개정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공인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법상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맞섰다. 이에 네이버도 한발 물러선 상태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네이버가 중개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정보를 취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정보 취합은 공인중개사에게 맡겨 놓고 이를 취합해 네이버에 넘기면 네이버가 어떻게 관리·감독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라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존 사업자와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는 로컬(지역)에서 경쟁하던 것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하고, 경쟁 심화는 수수료율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