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LG전자가 소문만 무성했던 LG베스트샵에서의 애플 아이폰 판매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LG전자는 판매를 강하게 반발해왔던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합의를 이뤘다. LG전자는 오는 31일 모바일 사업 철수를 코앞에 두고 아이폰 판매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반면 LG전자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됐던 삼성전자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LG전자, 베스트샵서 아이폰 판매 임박…”단계적 추진”

28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통신기기 판매업의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에 따라 LG베스트샵에서의 타사 제품 판매를 골자로 한다. 타사 제품은 애플 제품이 유력하다. 앞서 LG전자는 아이폰 등을 LG베스트샵에서 판매하는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라고 수차례 밝혀왔는데, 이번 협약에 따라 아이폰 판매가 사실상 공식화된 것이다.

실제 하이프라자는 타사 휴대폰 등을 판매하되,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및 시장상황을 고려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LG전자 LG베스트샵 무인매장. /LG전자

애초 LG전자의 애플 제품 판매는 이동통신유통협회의 ‘골목상권 침해’ 주장으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중소 영세업자들로 구성된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6월 동반위에 하이프라자의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이동통신유통협회와 맺었던 상생협약이 LG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상생협약에는 협회와 동반위,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도 함께 했다. 상생협약서에 따르면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 판매한다’고 돼 있다. LG베스트샵이 애플 제품을 판매할 경우 여기에 어긋난다 게 협회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LG전자가 오는 31일부터 모바일 사업 철수를 앞두면서, 상생협약서에 포함된 또 다른 조항이 주목받았다. ‘변동사항에 대해 상호 합의한다’는 문구다. LG전자 측은 모바일 사업 철수가 변동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아이폰 판매를 강행했다.

LG전자는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와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상생프로그램을 발굴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 갤럭시 S21 울트라. /삼성전자

◇ LG의 빈자리 ’13%’…우위 점한 애플, 급해진 삼성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13%를 기록했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철수를 선언한 이후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대부분 삼성전자가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LG베스트샵은 408개다. 애플로서는 이를 고스란히 판매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한국 사업 총괄과 가전·스마트폰 사업부 관계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해 하반기 모두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해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12 시리즈를 앞세웠던 애플은 올해 1분기 세계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과 매출 모두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점유율 34%, 매출은 53%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각각 13%, 14%로, 격차는 20%포인트, 39%포인트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LG베스트샵 방문이 늘어날 경우 가전제품 사업과 삼성디지털프라자의 매출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지난해 매출 3조2977억원을 기록, 2017년 이후 2년 만에 LG베스트샵(2조8910억원)을 따돌렸다. LG베스트샵이 당장 올해 애플 제품 판매로 인한 매출 발생으로, 다시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