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에서 생산된 모더나 백신 원액을 들여와 오는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수억회 분량의 백신에 대한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의 계기가 마련됐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존림 삼성바이로로직스 대표는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인에서 가장 중요한 백신이다”라며 “전 세계 백신 긴급 수요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 초에 상업용 조달이 가능하도록 신속히 생산 일정을 수립했다”라고 말했다.
10년 전인 2011년 2월 삼성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시작된 바이오사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화학 사업 등 분야에서 제조 경쟁력을 증명해 온 삼성전자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선전 비결로 ‘신속한 기술이전’을 꼽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통상 최소 6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되는 기술이전을 불과 3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제조사와의 기술·품질·글로벌 승인 획득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소통한 결과물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계약 체결 5개월 만이었다.
2011년 5월 3만L 규모의 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2공장(2013년 착공, 15만L), 3공장(2015년 착공, 18만L)을 완성하면서 총 36만4000L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는 것도 글로벌 CMO 업계에서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업계 기준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4월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데 매우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후보물질인 코로나19 중화항체의 생산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생산능력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금액은 4400억원으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한 이래 단일 공시 기준 최대 수주 규모였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부분 생산, 2023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4공장 건설에도 본격 착수한 상태다. 생산량은 25만6000L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3공장의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우게 됐다. 4공장 건설에는 1조7400억원을 투입하고, 부지가 확보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9년간 누적 투자액인 2조1000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세포주 개발, 공정 개발, 임상물질 생산 및 품질테스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위탁개발(CDO)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속도, 가격경쟁력, 품질·효율 등에서 인정 받아 사업 초창기부터 지아이이노베이션, 유틸렉스, 이뮨온시아 등 고객사를 확보했다. 올해 4월 말까지 누적 계약건수는 68여건에 달한다. 위탁개발한 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계획 승인(3건), 유럽의약청(EMA)의 승인(1건)을 받는 성과도 올렸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1조1648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을 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5년 매출과 비교하면 1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치료제·백신의 임상, 상업생산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부분 가동을 앞둔 4공장의 선(先) 수주 활동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