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계열사인 CMG제약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표적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AUM바이오사이언스와 1억7250만달러(약 1934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CMG제약이 한독과 공동으로 개발한 Pan-TRK 저해 표적항암제 신약인 ‘CHC2014’의 기술을 AUM바이오사이언스에 이전하는 것이다.
Pan-TRK 저해제는 TRK 단백질만 골라 억제하는 완전히 새로운 원리의 약물이다. TRK 유전자 변이는 갑상선암, 담관암,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 암 유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계약으로 AUM바이오사이언스는 한국을 제외한 CHC2014의 개발, 제조∙상업화 권리를 전 세계 국가에서 보유하게 된다.
이번 CHC2014 기술이전 계약은 CMG제약 최초의 해외 기술수출 사례다. 항암 신약 연구분야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CMG제약은 CHC2014 외에도 지속적으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 녹는 필름 형태 조현병 치료제 등 차별화된 개량 신약 개발
CMG제약은 조현병 치료제, 편두통 치료제, 바이러스 치료제 등을 녹는 필름 형태로 상용화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스타(STAR) 필름’이라고 하는 CMG제약의 핵심 기술인 구강용해필름(ODF) 제품이다. STAR의 S(Smooth)는 이물감이 없고 부드러우며, T(Thin)는 유연성이 좋아 부서짐이 없고, A(Advance stability)는 안전성이 뛰어나며, R(Refreshing taste)은 국내 유일의 맛 특허가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세계 최초 ODF 조현병 치료제인 ‘데핍조(Depipzo, 성분명 아리피프라졸)’다. 데핍조는 기존 알약 형태의 아리피프라졸을 세계 최초로 필름형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잘 녹는 필름 형태인 데핍조는 약을 거부하거나 뱉어내는 경우가 많은 조현병 환자들도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MG제약은 2019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최종허가심사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의 조현병 치료제 시장은 연간 5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현재 용도 특허가 완료된 조현병 외에도 2022년부터는 우울증, 양극성 장애, 틱 장애 등 다른 질환으로 처방이 가능해져 데핍조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2025년까지 R&D에 500억 투자해 제2의 도약”
CMG제약은 지난 2019년부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ODF와 개량신약, 표적항암제 등 신약개발로 확대해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CMG제약은 제2의 도약을 위해 2025년까지 연구·개발(R&D)에 5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한편 검증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 등으로 글로벌 제약사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CMG제약은 연구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 차바이오텍 그룹의 산·학·연·병(産學硏病) 에코시스템을 통한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과 공동개발하거나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가치를 키우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산설비에도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2024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약 6만5127㎡(약 2만평) 규모의 바이오 GMP를 완공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시작, 안정적인 성장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생산 인프라도 기존 시화공장에서 신공장 등으로 대폭 확충해 ODF는 현재 연간 420만매 생산에서 2025년까지 4000만매로 10배가량, 고형제는 연간 3억6000만정에서 2025년 10억정으로 생산 여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런 투자에 대한 성과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CMG제약은 안티에이징, 컨슈머사업, 안과 등 신규영역 확장으로 2015년 이후 연평균 20%대의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약사 평균 성장률(5%)의 4배에 달한다. 이주형 CMG제약 대표는 “경쟁력 있는 초기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키우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지속적인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CMG제약이 제네릭(복제약) 국내 유통사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R&D 제약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