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경북 안동 생산공장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로 거듭났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위탁생산, 노바백스 백신 기술이전 계약 등 글로벌 기업로부터 협력하자는 제안을 잇따라 받아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매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왔던 독감 백신의 생산도 포기한 상태다. 지난해 7월 AZ 백신의 원액과 완제를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안동 공장 L하우스의 생산능력을 동원해 공급을 늘림으로써 국내외 백신 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월엔 미국 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합성항원 백신인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걸 넘어 공급까지 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오는 7~8월 상용화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빠르게 보급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에서도 글로벌 협력이 이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보건복지부,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 국제기구들의 지원으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이르면 상반기 내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한국과 해외 각국에 신청할 예정이다. 백신의 상용화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지난해 12월 국제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추진하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Wave2)’ 개발 프로젝트의 최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CEPI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최대 2억1010만달러(약 2300억원)를 지원한다. 백신이 CEPI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만큼 사용 허가가 이뤄지면 백신 공동 구매를 위한 국제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런 글로벌 협력이 가능했던 비결을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와 규모를 자랑하는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를 통해 얻은 대량생산 역량에서 찾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2006년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 2012년 안동에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백신 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국내외 기업과 기관이 꾸준히 SK바이오사이언스에 협력을 제안해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례로 2018년 2월엔 생산 신기술을 사노피 파스퇴르가 개발 중이던 ‘범용 독감 백신’ 생산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어사이언스가 받는 계약금 규모는 최대 1억5500만달러(약 1700억원)로 국내 기업의 백신 기술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