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모더나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을 개발했다. mRNA로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1990년대 동물실험에서 확인이 됐지만, 백신으로 구현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 백신의 예방 효능이 다른 백신들과 비교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백신 시장은 ‘mRNA’ 기술 중심으로 흘러갔다. mRNA는 유전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서 m(메신저)RNA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아이진, 에스티팜, 이연제약 등이 이 방식의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정부는 지난달 뒤늦게 ‘mRNA백신 기술 전문위원회’를 만들고 기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완제 공정을 맡기로 하면서 정부의 관심은 국산 기술 개발보다는 기술 이전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mRNA 백신기술을 개발하는 아이진의 김석현 연구소장은 “mRNA 백신 기술 이전도 중요하지만 국내 독자 기술 개발 지원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 이전받은 기술로 코로나19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코로나23, 코로나25 등 제2, 제3의 감염병 사태에서 이번에 이전받은 기술로는 해결이 되지 않지 않나”라고 했다.
김 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속도’였다. 한국 정부도 지원에 좀 더 속도를 내 줬으면 좋겠다”며 바이오벤처에 대한 정부 지원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심사 속도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으려면 기획 공고 심사를 거쳐 실제 집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김 소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의학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립암센터 선임연구원을 거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NHCR) 센터장 등을 지냈다. 아이진에는 지난 2019년 12월 합류했다. 김 소장을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나고 지난 4일 한 번 더 전화로 인터뷰 했다. 아이진은 이달 말 mRNA백신에 대한 임상1·2a상 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계획이다.
一코로나19 백신 시장이 화이자⋅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mRNA 백신 기술은 무엇이고, 왜 신기술이라고 하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인체 세포에 침입해 감염을 일으킨다. 아스트라제네카(AZ)나 얀센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 벡터(매개체)에 코로나19 유전자를 넣어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넣은 mRNA를 인체에 넣는다. 그러면 몸 속에서 스파이크에 결합하는 항체가 생기고,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 체계가 갖춰져 감염을 막을 수 있다. mRNA 백신은 직접 바이러스를 배양하거나 확보할 필요 없이, 바이러스에 맞는 유전정보만 파악하면 백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도 쉽고 나아가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훨씬 유리하다.”
一유전정보만 파악하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데, 왜 실제 구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인류가 유전자(DNA)를 발견한 것이 수십년 전 일이다. (DNA의 구조는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이중나선으로 된 구조를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보다 훨씬 전인 1870년대 백혈구 세포핵에 단백질이 아닌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DNA의 존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mRNA로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1990년대 동물연구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그만큼 오래된 기술이다. 다만 현실로 구현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RNA를 백신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것은 DNA와 달리 RNA는 불안정해서였다. 매우 작은 단위이기도 하고, 단백질 형성 과정도 담보하기 어려웠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지방 나노입자로 mRNA를 감싸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mRNA는 여전히 영하 70℃에 보관해야 할 정도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一아이진이 개발 중인 mRNA백신이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차별점이 있나.
“mRNA의 안정성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차이가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 전달체로 ‘LNP(지방 나노입자)’를 사용하고,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솜’을 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LNP로 RNA를 감싸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면,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솜은 RNA가 가진 음(-)의 성질을 이용해 mRNA와 결합이 잘되도록 했다.
LNP는 항암제 등에 사용되는 PEG( 폴리에틸렌 글라이코)를 이용해 만드는데, 이 물질은 인체에 주입 된 물질이 인체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원래 mRNA백신은 암 치료의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오래 신체에 남아 작용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이 물질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물질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드물게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으로도 추정된다.
반대로 리포솜을 사용한 백신은 주사 부위에만 물질이 남는다. 보관도 용이하다. LNP를 사용하려면 영하 20~70℃에서 보관해야 하지만, 리포좀은 동결건조를 할 수 있어 영상 2~8℃, 최대 29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좀 특허를 갖고 있다.”
一이달 말에 1·2a상 임상계획서(IND)를 식약처에 제출하는 것으로 들었다.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식약처가 이 백신의 임상1·2a상 승인을 하게 되면,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임상을 진행하게 된다. 내년 초에는 2·3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은 IND 제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임상 결과가 좋아서 IND 승인까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一비임상에서는 결과가 어떤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방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시키는 중화항체역가가 모더나 백신의 비임상 연구결과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바이러스 예방 효능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에서 이런 내용으로 논문도 발표했다. 1·2a상 승인만 받으면 시장에서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차분하게 결과 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一임상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달 말에 임상승인을 받으면 연내 긴급 사용 승인도 가능한 것으로 기대해도 될까.
“임상은 두 단계로 설계됐다. 첫 번째는 만 19~54세 건강한 성인 40~6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내약성을 확인한다. 두 번째 단계는 만 19~85세 건강한 성인 125~150명이 대상으로 용량 등을 확인하게 된다.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냐는 질문을 받는데, 임상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백신 물질을 주입한 후 반응을 기록하고, 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최소 두 달은 걸린다. 시간을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一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3일 범부처 회의를 열고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국산 백신 개발보다는 mRNA 국내 기술이전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서 정부의 생각을 알 수가 있나. 다만 기술이전과 독자 기술 개발은 서로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모더나로부터 mRNA 기술이전을 받는다고 해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다고 하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 없이는 대응하기 어렵다.”
一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큰 회사가 기술 이전을 받으면 독자 기술 개발 없이 코로나19 감염병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가.
“한국이 백신 주권을 갖고 다른 팬데믹에도 대응하려면 좀 늦더라도 국산 백신 기술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기술이전은 이전 받은 백신만 생산할 수 있지 이를 이용해서 다른 백신을 개발할 권리까지 이전 받는 것은 아니다. 백신 기술에는 특허권이 있다. 제약사의 의약품·의료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트립스)’에 따라 20년간 고유 특허로 보장된다.
(화이자 백신 제조에는 280개 물질이 필요한데, 19개국 86개 회사에서 이를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진은 식악처의 ‘고(Go)신속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고 프로그램’은 식약처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허가 심사 지원을 위해 만든 제도다. 식약처에 한정된 제도라 기술 연구개발 지원보다는 심사와 허가에 집중돼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아이진 등 백신 개발 기업에 예산과 실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
一정부 지원에서 미흡한 점은 없나. 수천억원이 드는 임상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표하는 바이오벤처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업하고 있다. 지금은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mRNA 기술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이든 시간과 자본만 있었다면 백신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을 만들어낸 것은 미국 정부의 지원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도 지원에 좀 더 속도를 내 줬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으려면 기획 공고 심사를 거쳐 실제 집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 속도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세금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시중의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펀드 조성을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