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뉴욕 서펀의 록랜드 커뮤니티 칼리지 필드하우스에서 경제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영주권 신청 절차를 대폭 강화한다.

기존에는 미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신분 조정'을 통해 현지에서 영주권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미국 내 신청이 허용된다. 미국 영주권을 받으려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본국에서 신청하도록 절차를 바꾼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은 22일(현지시각) 외국인이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경우 미국 밖에서 절차를 밟도록 하는 새 방침을 발표했다. 강경 이민 단속 기조의 일환으로,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장기간 대기하거나 미국에 재입국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학생 비자나 관광 비자 등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 취업 등을 이유로 신분을 조정해 영주권을 신청하고 계속 체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방침은 이런 방식의 체류 연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USCIS는 앞으로 미국 내 신분 조정을 통한 영주권 신청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학생, 임시 근로자, 여행객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는 단기간 특정 목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며 "미국의 제도는 이들이 방문 목적을 마치면 출국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미국 방문이 영주권 절차의 첫 단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에 임시 체류 중인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국으로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며 "본국 신청 원칙을 적용하면 체류가 거부된 뒤에도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이들을 찾아내 추방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영주권을 발급받은 사람은 140만명이다. 이 중 82만명은 미국 내에서 신분 조정을 거쳐 영주권을 받았다. 새 규정이 적용되면 이들도 원칙적으로 본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해야 한다.

영주권 신청을 본국에서 하게 되면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나 자녀를 근거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심사 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사관 예약은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밀려 있다"며 "새 영주권 신청 규정으로 적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수백만명이 새 규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주권 신청을 위해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거나 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한 국가의 국민은 사실상 미국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문직 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로 올리며 진입 장벽을 크게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