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 지위를 앞세워 미국 중심 국제질서 견제에 나선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유엔 고위급 회의를 주재한 뒤 캐나다를 방문해 북미 우방국을 상대로도 외교적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오는 2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안보리 고위급 회의를 주재한다고 밝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이 이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 자격으로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수호,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 강화'를 주제로 회의를 연다고 설명했다.
왕 주임은 유엔 일정 이후에도 뉴욕에 머물며 28일 '글로벌 거버넌스 친구 그룹'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엔 사무총장과 다른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회담도 계획돼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28~30일 캐나다도 방문한다. 중국은 이번 방문에서 지난 1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방중 성과 이행과 국제·지역 현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왕 주임의 미국·캐나다 방문은 최근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부각하는 가운데 이뤄진다. 중국은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넘어선 독자적 외교 공간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궈 대변인은 "오늘날 세계는 100년 만의 변화가 가속하고, 변혁과 혼란이 교차하며, 전쟁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이 전례 없는 충격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개최하는 이번 고위급 회의는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준수, 유엔과 안보리의 권위·효능 강화 등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일방주의 행보와 중동 전쟁 등을 비판하며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체제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도 미국을 겨냥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 방문 역시 미국 견제 메시지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캐나다는 미국의 핵심 우방이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이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과 캐나다는 지난 1월 카니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경색됐던 관계를 일부 풀어 가는 분위기다. 카니 총리는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중국 같은 초강대국의 영향력에 맞서 중견국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궈 대변인은 "왕 주임의 이번 방문은 중국 외교장관이 10년 만에 초청을 받아 캐나다를 찾는 것"이라며 "중국·캐나다 관계 호전 추세를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번 방문을 통해 캐나다와 정치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해 양국 관계가 계속 발전하도록 추동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