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미사일 공격 등에 대비한 지하 대피 시설 부족 문제가 안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실질적인 방호 능력을 갖춘 지하 시설을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17일 일본 구마모토시 육상자위대 겐군 주둔지에서 장거리 12식 지대함 유도탄 발사 차량이 공개되고 있다./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 100%를 수용할 수 있는 대피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방호 수준이 높은 지하 대피 시설 수용 규모는 전체 인구의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현재 체육관이나 공공시설 등도 대피소로 분류하고 있지만, 상당수 시설은 미사일 공격 상황까지 고려해 설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대피 시설 확충 속도가 더딘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이다. 일본핵쉘터협회에 따르면 약 7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지하 대피 시설 건설 비용만 최대 1억엔(9억5275만원)에 달한다. 협회가 2023년 건설한 모델 시설은 약 6000만엔(5억7165만원)이 들었지만 이후 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었다.

대형 시설의 경우 수십억엔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도쿄도는 도에이 지하철 아자부주반역의 비상물자 보관시설을 약 1400㎡ 규모 지하 대피시설로 개조하기 위해 42억엔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 지하 대피 시설 구축에 대한 별도 지원 제도는 없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방정부들이 재정 부담과 부지 부족 문제로 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대피 시설로 지정된 구마모토시의 한 공공시설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지진이나 태풍 상황은 몰라도, 미사일 공격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시설 인근에는 지난 3월 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된 육상자위대 기지가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연안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된 만큼, 유사시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자위대 기지 주변 지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즈오카현 오야마정의 육상자위대 기지에도 지난 3월 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됐지만, 현 내 지하 대피 시설 대부분은 도시 지역에 몰려 있다. 오야마정에는 사실상 지하 시설이 1곳뿐이며 추가 부지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 관계자는 "지하 대피 시설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원전 주변 지역에서도 대피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도쿄전력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이 있는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는 지하 보행통로 15곳을 대피 시설로 지정했지만, 주민들은 실제 공격 상황에서 시설이 충분한 보호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상업 운전을 재개한 이 원전의 대테러 시설도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청 소재지에 위치한 원전인 시마네현 마쓰에 원전 주변에도 공공 지하 대피 시설은 3곳뿐이다. 현 원자력안전대책실은 "민간 지하 시설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바라키현 도카이촌 역시 반경 30㎞ 내 인구가 90만명을 넘지만, 현 내 지하 대피시설은 1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에스기 유지 와세다대 교수는 닛케이아시아에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시설 주변부터 대피시설 건설을 우선해야 한다"라며 "지역 단위 안전 대책 강화를 위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