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아이티는 최근 몇 년 간 갱단 폭력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갱단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지난해에만 5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00명 증가한 수치다. 또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100만 명을 넘는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약 20개의 갱단이 활동 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AR-15’형 소총, 갈릴 돌격소총, 산탄총, 글록 권총 등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UN)은 아이티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총기가 27만 개에서 5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아이티에서는 총기가 제조되지 않으며, 총기 유통도 불법이다. 유엔은 2022년 아이티의 안전을 위협하는 갱단들에 대해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무기 금수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기가 금지된 아이티에서 갱단들이 수십만 개에 달하는 총기를 소지하고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현재 갱단들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 대부분은 미국에서 밀수된 것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카리브해로 밀수된 불법 총기의 90%가 마이애미, 포트로더데일 항구 등 남부 플로리다에서 운송됐다. 총기들은 자전거, 자동차, 전자 제품, 의류 등과 뒤섞여 화물선이나 운송 컨테이너에 담겨 밀수된다.
갱단들은 최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까지 총기 유통 경로를 확장했다. 지난 2월, 도미니카 세관 직원들이 아이티로 향하는 무기를 압수했으며, 이는 도미니카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사라 익스프레스’라는 화물선의 컨테이너에는 바렛 50구경 반자동 소총과 AK-47형 돌격소총 등 20여 종의 총기와 2만 6000발의 총알이 실려 있었다.
아이티 정부는 무기 밀수 문제를 막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육로 국경을 통한 수입을 제한했지만, 갱단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앞서 지난 1월 뉴욕에서 온 화물선이 도미니카 항구에서 압수됐는데, 현지 관계자들은 이 화물선이 아이티로 향할 예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화물선에는 총 37정과 미국 버몬트와 조지아에서 제조된 것으로 라벨이 붙은 소총 몇 정이 실려 있었다.
불안정한 치안 상황은 갱단들의 무기 밀수를 용이하게 했다. NYT는 “갱단들이 아이티 경찰서를 공격하거나 지역 경찰에게 뇌물을 주어 무기를 제공받아 총기와 탄약을 확보한다”며 “유엔은 지난 4년 동안 1000정의 경찰 총기가 사라졌고, 경찰들이 이를 암시장에 판매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갱단들의 불법 총기 소지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는 국경과 항구에서 밀수된 총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캐너나 경비원 등의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불법 총기의 원산지인 미국 내 항구에서는 무작위 화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아이티로 향하는 모든 총기를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의 아이티 독립 인권 전문가인 빌 오닐은 “총과 총알의 유통을 막으면 갱단은 탄약이 고갈된다”며 “이것이 갱단을 해체하는 더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