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린이를 위한 TV 교육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한 비영리 단체 ‘세서미 워크숍’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보조금 삭감에 더해 공공 미디어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보조금을 추가로 삭감당하면서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빠르게 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어린이용 TV 환경 속에서 도태돼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어린이들이 유튜브 콘텐츠에 빠졌고, ‘코코멜론’과 같은 경쟁 프로그램에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서미 워크숍은 몇 주 전에 직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약 100명을 감원했다. 감원에도 불구하고 세서미 워크숍은 예산 부족은 메우기 위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금에서 600만 달러(약 88억1820만 원)를 빼서 사용했다. 추가 비용 절감이 없다면 세서미 워크숍은 내년에 적자가 4000만 달러(약 587억8800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부터 미국에서 방영된 아동용 프로그램으로 TV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영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제작을 맡고 있는 세서미 워크숍은 미국 공영방송 PBS 산하 기관이다. 한국에서도 AFKN이 방영을 시작하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소개됐다.
하지만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10년 전에는 주요 수익원이었던 DVD 판매가 급락하면서 세서미 워크숍은 위기에 처했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미국 케이블 채널 HBO가 새로운 세서미 스트리트 에피소드는 물론 기존 에피소드를 방영하는데 3000만~3500만 달러(약 440억9100만~514억3950만 원)를 지불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덕분에 세서미 스트리트는 매 시즌 에피소드를 추가할 수 있었고, 처음부터 세서미 스트리트를 방영했던 PBS는 HBO에서 방영한 지 몇 달 후에 방영해야 했다. 논란은 있었으나, 세서미 워크숍은 결국 재정적으로 성과를 나타냈고 2022년에 매출 2억7100만 달러(약 3982억8870만 원), 영업이익 2000만 달러(약 293억8800만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트리밍 산업 시장이 변화하면서 HBO와의 거래는 종료됐다. HBO의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는 지난해 세서미 워크숍과의 계약을 중단했고 당시 HBO 임원진은 “어린이 프로그램이 우리 전략의 핵심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세서미 워크숍 임원진은 지난해 4월 주요 스트리밍 회사와 만나 새로운 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세서미 워크숍 임원진은 몇 달 안에 계약을 맺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으나, 거의 1년이 지난 지금도 넷플릭스·유튜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주요 스트리밍 업체와 논의가 진행 중일 뿐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NYT는 “세서미 스트리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아용 TV 환경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세서미 워크숍은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으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