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손에 넣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최근 백악관 인사들이 연달아 그린란드를 방문하고 있다. 현지 정치권은 이를 선거 개입 시도이자 정치적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방문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인 우샤 밴스가 오는 27일 그린란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밴스 여사는 자신의 아들,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린란드 전통인 개썰매 대회도 참관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 1월 그린란드를 찾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그의 아내 우샤 밴스가 뮌헨 안보 회의(MSC) 시작 하루 전인 2월 13일(현지시각) 독일 뮌헨 국제공항에 착륙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권력을 과시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방문이 4월 1일 그린란드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점에서, 그린란드 정치권은 백악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지리적으로는 북미에 있지만, 덴마크 왕국 내 자치령이다. 과거 노르웨이·덴마크 동군연합의 통치를 받다 1814년 동군연합이 해체되며 덴마크가 단독으로 그린란드를 통치하게 됐고, 1953년 덴마크의 공식적인 행정구역으로 편입됐다. 1979년엔 자치정부를 수립해 외교와 방위를 제외한 내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덴마크에선 그린란드 독립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광물이 풍부하며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국제 안보에 있어 정말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어떻게든 그린란드를 손에 넣겠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 있는 미국 영사관. /AFP연합뉴스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정치권은 이번 방문을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민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월 진행​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의 94%가 미국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수백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그린란드는 매물 아니다” “미국은 돌아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미국 대표단이 방문할 그린란드 전통 개썰매 대회 주최측조차 “우리는 그들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을 ‘우호적인 문화 교류’라고 표현했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주권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분석가들은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으며,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독립하기보다는 덴마크와의 동맹을 통해 안전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덴마크 정치 전문가는 NYT에 “1년 전만 해도 그린란드의 모든 정당이 미국과의 사업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최근 같은 공세는 그린란드를 미국과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분명히 미국이 원하는 것과 반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