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오는 4월 21일 열릴 부활절 기념 ‘달걀 굴리기’ 대회를 후원할 기업 스폰서 모집에 나섰다. CNN과 뉴욕타임스(NYT)가 확인해 23일(현지 시각) 보도한 후원사에 보낸 9페이지 분량의 문서에 따르면 기업 후원금은 7만5000달러(약 1억989만 원)부터 시작하며, 20만 달러(약 2억9304만 원)까지 세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낸 기업은 백악관에서 열리는 부활절 행사 당일, 기업 부스 설치는 물론 해당 기업의 브랜드를 단 스낵이나 음료를 판매할 수 있다. 또한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하는 브런치, 백악관 출입 기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 백악관 개인 투어 등이 제공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 로이터

백악관의 부활절 달걀 굴리기 대회는 1878년 퍼더퍼드 B. 헤이스 행정부 이후 147년 동안 이어진 전통으로 기업 후원을 받은 적이 없기에 윤리적, 법적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업에 부활절 행사 후원을 요구하는 대신 백악관 내에서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무원이 공직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법률 고문실에서 수석 윤리 변호사로 일했던 리처드 W. 페인터는 백악관이 사기업이 공식 행사를 이용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수익금을 민간 비영리 단체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페인터는 CNN에 “내가 백악관에 일했을 당시라면 이 제안은 30초 안에 거부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백악관을 돈을 내면 곳곳에 광고를 붙이는 축구 경기장처럼 운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공직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백악관 잔디밭에 테슬라 차량 5대를 주차한 배경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서서 테슬라를 현장에서 구매하고 ‘모델S’에 머스크와 함께 탑승하며 테슬라를 추켜세웠다. 취임식 전인 1월 20일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TRUMP’라는 암호화폐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백악관 부활절 행사의 기업 스폰서 모집에 나선 곳은 공화당 보좌진이 2013년에 설립한 이벤트 제작회사 ‘하빈저(Harbinger)’다. 하빈저가 모금한 돈은 1961년 재클린 케네디가 설립한 민간 비영리 단체인 ‘백악관 역사협회’ 계좌에 입금된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모금된 초과 자금은 독립 기념일, 핼러윈 파티와 같은 다른 백악관 행사에 사용될 것”이라며 “확인된 부활절 행사 후원자는 한 명으로 다른 이들과의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