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출신 커스티 코번트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IOC 역사상 첫 여성 위원장이 됐다.

20일(현지시각) 그리스에서 진행된 제 144차 IOC 총회에서 코번트리는 100여 명의 IOC 위원 중 과반의 지지를 얻으며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번트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IOC위원장 임기는 8년이다.

오는 6월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커스티 코번트리(왼쪽). /AF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그와 경쟁한 상대는 영국 출신의 세계육상연맹 회장 세바스찬 코, 스페인 출신의 금융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등 7명이다. 특히 사마란치는 IOC를 20년 이상 이끌었던 전직 위원장의 아들로, IOC 내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았다.

◇ 금메달 두 번 거머쥔 아프리카 최다 메달리스트

이들을 제치고 토마스 바흐 전 위원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코번트리는 41세의 전직 수영 선수로, 짐바브웨에서 ‘황금 소녀(Golden Girl)’로 불린 국민 스타다.

AP통신에 따르면 코번트리는 미국 앨라배마주 오번대학교 출신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아테네와 베이징에서 각각 한 번씩 받았다. CNN에 따르면 짐바브웨가 획득한 총 8개의 올림픽 메달 중 7개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AP통신은 그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받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왼쪽은 코번트리가 2009년 8월 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배영 200m 결승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코번트리는 선수 시절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2년 IOC 선수위원회에 합류했고, 2023년에는 IOC 집행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엔 에머슨 음낭가그와 대통령에 의해 체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다만 AP통신에 따르면 음낭가그와 대통령은 독재자였던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인물로, 그의 정부 역시 자유를 탄압 하고 비판을 억압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 ‘트랜스젠더 선수’ ‘정치 균형’… IOC 과제 산더미

코번트리가 이끄는 IOC는 다양한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24년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경기에서 트랜스젠더 출전 논란이 번져, IOC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올림픽 참가에 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도핑 문제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여부 등도 주요 의제다.

IOC의 재정 문제 또한 중요한 해결 과제다. IOC는 향후 10년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방송 및 스폰서십 계약이 체결된 상태지만, 파리 올림픽 이후 몇몇 대형 후원사가 이탈하면서, IOC의 사업모델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번트리 신임 IOC 위원장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번트리는 오는 6월부터 공식적으로 IOC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가 맡은 첫 번째 주요 행사는 내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으로, 개막까지 11개월가량 남았다.

CNN에 따르면 코번트리는 “이번 결과는 IOC가 진정으로 글로벌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8년 동안 이러한 방향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스포츠를 국가와 문화 간의 다리, 희망의 원천, 선의의 힘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내 불평등 해소를 위해 헌신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여성 운동선수를 보호하고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여성 스포츠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