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적자와 수천명 해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LA는 202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데, 산불 피해 복구 비용 부담에 관광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까지 겹쳐 재정 비상이 걸렸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런 배스 LA 시장은 최근 예산보고에서 재정 위기를 인정하며 “LA시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책임자(CAO) 매튜 사보도 이번 재정난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빗대며 “즉각적인 지출 감축이 필요하며, 추가 감축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산불은 수천 채의 주택과 상업 시설을 불태우며 LA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이로 인해 재건 비용이 급증해 시의 예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비용은 소방·경찰관 초과 근무와 인프라 교체 비용만으로 2억8200만달러(약 4100억원)에 달한다.
또 산불로 인한 환경 피해로 관광객 수가 급감해 관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LA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로, 관광 산업은 지역 경제의 주요 축이었다. 그러나 산불 이후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으며 이는 호텔, 식당, 소매업 등 관련 산업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이민자 추방 등 정책도 관광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관광객은 그간 LA의 가장 큰 ‘손님’이었는데, 모두 트럼프 정부의 표적이 돼 적대심이 커져 관광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LA시 감사관 케네스 메히아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LA 재정 위기의 원인으로 화재 피해와 급증하는 재난 보험료 부담,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연방 지출 삭감, 이민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수는 줄어들 예정이다. LA시는 주로 부동산세, 기업세, 판매세, 호텔세 등으로 운영되는데, 화재 피해 때문에 부동산이 불타 부동산세 수입이 줄어들 예정이다. 지역 경제, 관광 산업 침체로 기업세와 판매세, 호텔세도 감소가 불가피하다. 당국은 “10억달러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약 3억1500만달러(약 4600억원) 규모의 세수 감소”라고 짚었다.
이런 재정 위기는 2028년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시설 개선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나, 현재의 재정 상황으로는 계획된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우려가 있다.
이에 LA시는 예산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무원 인력 감축을 논의 중이다. 현재 LA시는 약 5만명의 공무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번 재정 위기로 인해 최대 5000명까지의 인력 감축이 논의되고 있다. NYT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예산 절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이고 근본적인 경제 회복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