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민자 권리 운동가인 자넷 비즈게라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되면서 주요 외신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CNN은 “비즈게라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으로 인한 두려움과 혼란을 상징하는 가장 새로운 예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자넷 비즈게라 /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의 마트 타겟 매장에서 일하는 비즈게라는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중 체포되어 현재 콜로라도의 ICE 시설에 구금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ICE는 법무부 이민 판사로부터 비즈게라에 대한 최종 추방 명령을 받았다.

비즈게라는 미국 이민 사회에서 ‘저항의 아이콘’으로 알려져왔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비즈게라는 강제 추방을 피해 콜로라도 교회 지하실에서 약 3개월 간 피란 생활을 하며 유명해졌다. 같은 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비즈게라를 제프 베조스, 블라디미르 푸틴, 도널드 트럼프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53세인 비즈게라는 1997년 가족의 안전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당시 그녀에게는 어린 딸이 하나 있었고, 멕시코시티는 버스기사로 일하던 비즈게라 남편이 세 번이나 납치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미국으로 이주한 비즈게라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세 명의 자녀를 더 낳았다.

그녀는 2009년 취업 지원서에 가짜 사회보장번호를 사용한 이후 ICE의 요주의 인물이 됐다. 당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즈게라는 법원으로부터 자발적 출국 명령을 받았고, 항소 끝에 2012년 멕시코로 돌아갔다. 이듬해 미국으로 다시 넘어온 비즈게라는 텍사스에서 ICE에 체포되었지만, 추방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어 풀려났다.

불법 이민자에 단호히 대처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즈게라는 또다시 추방 위기에 처했지만, 교회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당시 교회는 학교와 함께 이민법 집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비즈게라의 추방 유예를 허가했고, 그 이후 그녀는 네 아이의 엄마이자 타겟 직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콜로라도 이민 활동가인 자넷 비즈게라의 지지자들이 콜로라도 오로라에 있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시위 중이다. / AP=연합뉴스

비즈게라 체포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 톰 호먼이 공공 안전 및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는 사람이 추방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밝혀온 점에서 이례적이다. 비즈게라는 범죄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경범죄에 불과하며 인권 운동가로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호먼은 작년 말부터 “우리는 최악 중의 최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즈게라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덴버 시장 마이크 존스턴은 비즈게라 체포를 ‘소련식 정치적 탄압’에 비유했다. 존스턴은 “이것은 이민 단속이 아니다. 그녀는 미국 시민들의 어머니이자 타겟 직원, 비영리 단체 설립자”라며 “비즈게라 체포가 우리 지역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덴버 연방 법원과 제10미국순회항소법원에는 구금에 이의를 제기하는 청원서가 제출된 상태다. 또 그녀가 구금된 오로라 시설에는 일부 시민들이 모여 비즈게라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폭력적인 인사들의 체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에는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생이자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마무드 칼릴(30)이 체포됐다. 칼릴은 학생 비자와 영주권을 가지고 있었다.

악시오스는 “비즈게라의 사건은 연방 이민 당국이 비폭력적인 사람들을 구금한 다른 유명 사건들의 후속 사례”라며 “이민자 권리 단체들은 일련의 체포가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암시하며, 비판자들을 침묵시키려는 노력의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