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할 것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했다 되살리면서 유럽 각국은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이처럼 유럽이 미국 군사력에서 벗어나 자체 재무장에 나서면서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에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에릭 베랑제 MBDA 최고경영자(CEO)는 FT에 “과거 미국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우리와 상담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몇몇 국가와 더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의 발언이 다양한 국가 원수들의 마음속에 미국을 동맹국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MBDA 독일 지부와 스웨덴 사브가 공동 개발한 공중 발사 순항 미사일 Taurus KEPD 350. / 로이터

MBDA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된 장거리 스톰 섀도우 스칼프 순항 미사일을 만든 회사다. 주로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에 공중·지상·해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미사일을 제조해 공급한다. MBDA는 유럽에서 몇 안 되는 방위 산업체로 영국 BAE 시스템스와 에어버스가 각각 37.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가 갖고 있다. MBDA의 2024년 매출은 전년보다 9% 증가한 49억 유로(약 7조7574억 원)로 무기 주문량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전인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MBDA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의 군사 지출이 증가하면서 유럽의 방위 산업체 주문량을 늘리고 있으나, 지금까지 유럽의 방위 산업체 생산능력은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유럽은 미국산 군수품 수입에 의존해 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까지 5년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수입한 무기의 약 3분의 2는 미국산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MBDA가 미사일을 더 빨리 만들지 않으면 생산 일부를 국유화하겠다고 위협했다.

베랑제 CEO는 MBDA가 올해 말까지 2023년에 생산한 미사일보다 두 배 많은 미사일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MBDA는 한 달에 40개의 단거리 미스트랄 미사일을 생산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는 한 달에 10개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생산능력이 4배로 증가한 셈이다. 또한 에어커론(Akeron) 대전차 유도 미사일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한 달에 40개를 생산한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숙련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MBDA는 지난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2500명을 채용했고 올해 2600명을 추가로 채용할 게획이다. 프랑스 중부에서는 지방정부와 협력해 신입 사원을 채용, 교육 중이다. 또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하며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MBDA는 17일 “약 400억 달러(약 58조360억 원) 규모의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생산을 늘리려 한다”며 “이를 위해 27억 달러(약 3조9174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