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갱단’ 의혹을 받는 베네수엘라 국적자에 대한 강제 추방을 사실상 강행했다는 논란이 17일(현지시각)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백악관과 법무부는 법원의 명령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내에선 트럼프 정부가 법원의 명령를 무시해 ‘헌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엘살바도르 테코루카에 있는 교도소에 도착한 모습. 미국 정부는 이들이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의 구성원이라고 주장했다./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적성국국민법’을 불법 이민 추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포고령에 서명했다. 적성국국민법은 1798년에 제정된 법으로, 전시 적국 사람들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후 지난 15일 260명이 넘는 이민자를 엘살바도르로 추방했으며 이 가운데 137명의 추방에는 적성국국민법이 적용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당시 추방된 인원은 베네수엘라 등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인 ‘트렌 데 아라과(TdA)’의 구성원 250명 등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추방되는 시점에 법원이 ‘추방령 일시 정지’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베네수엘라 국적자를 대리해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령이 불법이라고 소송을 냈는데, 이에 따른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추방 시점과 관련해 ACLU측 등은 “판사가 필요하면 비행기도 회항시키라면서 구두로 일시 정지 결정을 내렸으며, 그 시점 이후에 비행기 이동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두 명령이 서면 명령 등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지 의문이 있다”라면서 “우리 측 변호사들은 법원에서 이를 묻고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우리가 법원에서 이 사안에 대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심리에서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비행기 편수 등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거부하면서 연방 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판사들이나 좌파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향후에도 강제 추방을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