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미국 여행 보이콧(불매) 바람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 대해 여러 차례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고, 캐나다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원인이다. 여행사들에는 미국 여행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많은 캐나다인이 당황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일부 캐나다인은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최대 규모의 여행사 중 하나인 ‘플라이트 센터 캐나다’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미국행 레저 여행 예약의 약 20%가 취소됐다. 지난달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 예약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0% 감소했다. ‘플라이트 센터 캐나다’ 대변인은 이 두 수치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3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항공사 ‘웨스트젯’ 역시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 여행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알렉시스 폰 호엔스브루흐 웨스트젯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약 25% 감소했다”며 “무역 전쟁은 이 나라, 이 대륙, 그리고 이 세계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기관과 기업 차원의 미국 여행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 따르면 매니토바주 일부 교육청들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우려를 이유로 미국 수학여행 계획을 철회했다. 캐나다의 대형 로펌인 ‘파스켄 마티노 듀물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이후 올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파트너 행사를 취소했으며, 또 다른 로펌인 ‘엡스타인 콜’ 역시 이달 예정됐던 라스베이거스 출장 계획을 취소했다.
캐나다인들이 미국 여행 보이콧에 나선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밝히고,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를 ‘주지사’라고 칭하는 등 캐나다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지난 4일부터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한해 한달 간 관세 적용을 유예했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고율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모욕’했다고 생각한다. WP가 입수한 미국 여행 관련 기관 및 기업에 접수된 여행 취소 메시지에 따르면 61세의 A씨는 로더데일 여행사에 미국 여행 계획을 취소하겠다며 “어렸을 때부터 플로리다는 우리 가족의 여행지였지만, 이제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많은 캐나다인들이 플로리다 뿐 아니라 모든 미국 여행지를 보이콧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는 슬프지만 필요한 일”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모든 캐나다인을 모욕하고 미국에 캐나다가 필요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는 우리의 생계와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를 방문할 계획이던 B씨 역시 “저는 오리건을 좋아하고, 올해 다시 방문할 계획도 세웠다”면서 “그러나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에 대한 발언으로 우리는 여행을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버몬트주의 관광 담당 관리인 헤더 펠햄은 캐나다인들로부터 받은 여행 취소 사유 메시지가 자신의 사무실에만 20여 건에 이른다며, “메시지에는 상처 받은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