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바람에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Radio Free Asia) 등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신규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 VOA와 RFA는 북한 등 독재정권 지역에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의 이념을 세계에 전파해 온 관영 매체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연방정부 조직 축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AGM은 해외를 대상으로 한 매체인 VOA와 RFA, 자유유럽방송(RFE) 등을 산하에 둔 독립 정부기관이다.
VOA와 RFA는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하는 기능을 해왔다. 이 가운데 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보도 내용에 불만을 자주 표명해온 매체다.
정부의 예산 축소로 VOA는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마이클 어브래머위츠 VOA 국장은 15일 링크드인 글에서 자신을 비롯해 기자, 프로듀서, 보조 직원 등 1천300명의 VOA 직원 대부분이 이날 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독재하에서 사는 이들에게 미국의 이야기를 알리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장려해 온 VOA가 83년 만에 침묵 당해 매우 슬프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VOA 서울지국의 윌리엄 갈로 지국장은 16일 자신이 모든 회사 시스템과 계정에서 차단됐다고 밝혔다.
이날 VOA의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VOA 방송국 사정으로 현재 한국어 서비스 방송과 웹·소셜미디어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알림이 게재됐다.
외신에 따르면 VOA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1942년 설립됐디. 이후 영역을 넓혀 현재 매주 3억6000만 인구에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한다. RFA는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하는 기능을 해왔다.
두 매체의 예산을 끊은 USAGM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 우파 정치인 캐리 레이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성명에서 “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 기구에는 낭비, 사기와 남용이 만연하며 미국 납세자가 자금을 제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간첩과 테러리스트 동조·지지자들이 USAGM에 침투했고, USAGM이 가짜뉴스 기업에 수억달러를 써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있는 전국기자협회(NPC)의 마이크 발사모 회장은 성명에서 “VOA는 수십년간 전 세계 독자에게 사실에 기반을 둔 독립 저널리즘을 제공했으며 이런 활동은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종종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도 이번 조치가 “전 세계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지해온 80여년의 미국 역사를 부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