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 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러시아 쿠르스크주(州)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을 언급, “(미국과) 추가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CNN 등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심을 가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휴전 아이디어 자체는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다만 푸틴은 “하지만 추가로 논의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questions)이 있고, 이를 미국의 파트너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직접 통화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휴전과 관련 의문을 제기했다. 이 중에는 휴전이 어떻게 검증될 것인지, 누가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인지,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등이 포함된다. 푸틴은 특히 쿠르스크주와 관련해 “쿠르스크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30일 동안 군사 행동을 중단한다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떠날 것인가. 민간인을 상대로 많은 범죄를 저지른 그들(우크라이나군)을 풀어줘야 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군은 13일, 우크라이나가 한때 쿠르스크 지역에서 점령했던 가장 큰 도시인 수드자를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후 협상 과정에서 쿠르스크의 점령 지역을 자국 내 러시아 점령지와 교환하려는 카드를 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이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수드자는 우크라이나가 침공하기 전 약 5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에 불과했지만, 러시아가 이곳을 탈환하면 러시아에 상징적인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
앞서 러시아는 휴전 기간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무기를 보강하는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유리 우샤코프 크림린궁 보좌관은 13일 “러시아는 일시적인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12일 마이클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13일 러시아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것(30일 휴전안)이 우크라이나군의 일시적인 휴식일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목표가 장기적인 협화적 합의라고 믿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샤코프의 발언이 러시아가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CNN에 “러시아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30일 휴전안) 제안에 대한 추가적이고 직접적인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스티브 위트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를 비공개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