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다시 지칭하면서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해 트럼프 1기 때 실패했던 비핵화 노력보다 군축 회담을 추진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올라가고 있는데 첫 임기 때 맺었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다시 재구축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렇다(I would)”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며 “확실히 그(김정은)은 뉴클리어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과거 미소간 핵군축 문제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a lot) 갖고 있다”며 “인도나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 / UPI 연합뉴스

또한 “만약 내가 당선되지 않고 (2016년에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클린턴)가 (백악관에) 들어갔다면 여러분은 북한과 핵전쟁을 했을 것이며 수백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싱가포르 및 베트남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하고는 “그(김정은)는 (버락) 오바마는 만나지 않았으며 전화도 받지 않았다”라며 “나와는 거칠고 험난하게 시작했으나 우리는 만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 (정상) 회담으로 한국은 올림픽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며 “(그전에는) 핵 공격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표를 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북한 김정은을) 만났고 올림픽이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것이 트럼프 정부의 훌륭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림픽은 2018년 2월에 개최됐고 1차 북미정상회담은 그해 6월에 열렸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면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 비핵화 목표를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북한은 핵을 갖고 있으나 국제 사회는 외교·군사적 파장을 감안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역대 미국 정부도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가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명시된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이 아닌 ‘뉴클리어파워(Nuclear Power)’라는 표현을 썼기에, 북한 비핵화 목표를 수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의 발언이 북한 핵무기에 대한 정책 변화를 나타내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백악관은 ‘트럼프는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