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반분열국가법(이하 반분열법)’이 제정 20주년을 맞이했다. 이날 중국이 내놓을 대(對)대만 메시지 수위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을 향해 ‘해외 적대 세력’이라고 규정짓자 중국은 이를 맹비난하는 한편,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상에서 대만 통일에 대한 여론까지 부추기고 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요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베이징에 주재하는 대만 언론들에 통보했다. 행사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대만 언론들은 ‘반분열법’ 제정 20주년 행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고 있다. 관건은 대만을 향한 메시지의 수위이고, 이는 중국 지도부 중 누가 연설하느냐에 달려 있다. 왕신셴 대만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행사에서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위원장이 연설한다면 ‘평균 수준’, 시진핑이 참석해 연설하면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연합조보에 말했다. 지난 15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리잔수 당시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연설했었다.
반분열법은 중국이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2005년 3월 14일 제정됐다. 1990년대 후반 대만 내에서 독립 성향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반분열법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 중국과 대만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평화적 통일이 불가능한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이 법에 근거한 것이다.
양안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전날 라이칭더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이 당면한 5대 국가안보·통일전선 위협 및 17개항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대만 내 중국 간첩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만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미 대만의 반(反)침투법이 정의하는 ‘해외 적대 세력’이 됐다. 우리는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칭더는 스스로를 ‘독립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중국 성향이 강하다. 이에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밤늦게 성명을 내고 “(라이칭더는) 진정한 ‘양안 평화의 파괴자’이자 ‘대만 해협 위기 제조자’라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했다”며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은 대만 통일에 대한 여론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각) 현재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 1위는 ‘중국 대만성(省)’이다. 이 표현은 대만이 독립 국가가 아닌 중국의 지방정부 중 하나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인기 검색어는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주도하고 있다. CCTV는 전날 대만사무판공실의 성명 기사 게시물에 ‘중국 대만성’과 ‘대만은 전 중국인의 대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넣어 “전달해 지지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게시물에 달린 1만여개의 댓글은 대부분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는데, ‘라이칭더를 체포하고 일족 전체를 처형해야 한다’, ‘5월 1일(노동절) 전에 대만을 회수하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등의 과격한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만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만 연합보는 국가 안보 인사를 인용해 “중국 본토의 대만 침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정부는 대응 활동을 조정하고 공식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실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4일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해야 하며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며 “흔들림 없이 조국 통일 대업을 추진해 민족 부흥의 위업을 함께 이뤄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2012년 이후 반복해 언급하던 ‘평화 통일’ 문구를 지난해부터 삭제했다. 한층 강압적인 양안 정책과 무력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모호성’도 양안 관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도가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다. 절대 그런 (난처한) 입장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만 연합보는 “라이칭더가 (전날) 제안한 5대 위협 및 17개항 대응 전략은 중국 공산당이 우리나라(대만)에 대한 무력 합병 의지가 과거보다 더욱 커진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자, 미국이 대만 해협의 상황에 주목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