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에드 시런, 스팅 등 영국 문화예술계 거물들이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저작권 관련 법안이 인공지능(AI) 기업의 창작물 무단 활용을 조장할 것이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회 공연 도중 장난 치는 비틀스 멤버들. 조지 해리슨(왼쪽부터 시계방향), 존 레넌,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조선DB

영국 문화예술계 인사 30여명은 25일(현지시각) 일간 더타임스 기고에서 “실리콘밸리가 AI 플랫폼을 구축할 때 창작 저작권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도록 면제해주는 정부안은 영국 창작 부문의 권리와 수입을 도매금으로 빅테크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매카트니, 엘튼 존, 스팅, 에드 시런, 두아 리파,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 스티븐 프라이,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 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이 기고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지적하는 정부 안에 따르면 저작권자가 자기 창작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직접 요구하는 ‘옵트아웃’(opt-out)을 하지 않는 한 AI 개발자가 모델 개발 등에 인터넷에 있는 창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고객 및 기업 데이터 사용, 개인 정보 처리 등 광범위한 조항을 담은 ‘데이터(사용과 접근)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영국 테크업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예술인들은 이 법안이 AI 업체들이 라이선스 없이도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AI 소프트웨어 학습 등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예술가나 작가 개인이 수많은 AI 서비스를 모니터링하면서 업체에 본인의 어떤 작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일일이 통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문화계 스타들은 더타임스 기고에서 “정부 안은 창작자가 마음껏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도덕적 권리에 구멍을 뚫는 것”이라며 “300년간 이어진 저작권 시스템을 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창작업계는 영국 경제에 연간 1260억파운드(228조원)를 기여하고 240만명 고용 효과를 내며 관광업에 동력이 되고 세계적 위상 제고에 기여한다”며 “우리의 저작권을 훔치는 데는 도덕적, 경제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