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스트 패션업체 쉬인(Shein)의 기업공개(IPO)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다른 업체와의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쉬인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패스트 패션업체 쉬인(Shein) 이미지 /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파이셜타임스(FT)에 따르면 쉬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감소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380억 달러(약 54조 6000억원)로 예상된다. 이러한 실적은 쉬인이 2023년 투자자 프레젠테이션(PT)에서 예측한 매출 450억 달러와 영업이익 48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쉬인의 실적 부진은 동일한 사업 모델을 가진 중국 패스트 패션 업체 테무(Temu)와의 경쟁 심화에서 비롯됐다. 테무는 중국 내에서 쉬인의 일부 협력 업체를 확보함으로써 쉬인의 항공 운송 비용과 마케팅 지출을 증가시켰다. 이에 대응해 쉬인은 한때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이후 다시 패션 사업에 집중하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FT는 “낮은 수익은 런던 상장을 위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가치 평가에 압박을 가하는 지정학적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쉬인이 직면한 도전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쉬인은 올해 4월을 목표로 영국에서 IPO를 추진 중이다. 지난 2023년 펀딩 라운드에서 쉬인의 기업가치는 660억 달러(약 94조 9000억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IPO를 위해 쉬인의 기업가치를 300억 달러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조치 또한 쉬인의 상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은 자국 내 펜타닐 등 마약 유입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800달러(약 116만원) 미만 수입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철회했다.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쉬인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후 800달러 미만 상품에 대한 면세 혜택 철회 정책을 보류했지만, 업계에서는 쉬인의 상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전 세계 매출의 28%에 해당하는 85억 달러(약 12조 1000억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쉬인의 연내 상장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쉬인은 지난해 영국 규제 기관에 IPO 서류를 제출했는데, 오는 7월부터 상장 규칙 일부가 변경되면서 이 기간 내에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상장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쉬인은 지난 2023년 뉴욕 상장을 추진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소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