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 관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DOGE 임무를 실행하고 있는 머스크가 소유한 터널 굴착회사 보링컴퍼니 CEO인 스티브 데이비스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 시각) 머스크의 오른팔인 데이비스가 DOGE 관리자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스티브 데이비스 보링컴퍼니 CEO. / WSJ 갈무리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데이비스는 머스크와 20여 년을 함께한 최측근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입자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2003년 스페이스X에 입사하며 머스크와 인연을 맺었다.

데이비스는 철저한 ‘머스크 스타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파격적인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머스크의 명령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장시간 근로도 하기 때문이다. 머스크처럼 멀티태스킹을 즐기고 전화로 업무를 보면서 식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데이비스는 머스크의 요청으로 트위터를 인수한 초기인 2022년 당시 신생아였던 자녀, 아내와 함께 트위터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 마련된 임시 침실에서 두 달 동안 거주하며 업무를 봤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하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보링컴퍼니는 물론 머스크 소유의 스페이스X, 엑스(X·옛 트위터)의 비용 절감에 앞장섰다. 데이비스는 2022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 제품, 구매, 인재 등 트위터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비용 절감에 집중한 나머지 트위터가 애틀랜타 데이터센터 청소서비스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물었던 일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전직 트위터 직원을 인용해 “트위터의 지출을 줄이고, 공급업체를 압박하고, 최고 간부를 제거하고, 일반 근로자를 줄이기 위해 서두르는 데이비스의 전형적인 질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전기작가 애슐리 밴스가 쓴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에는 머스크가 데이비스에게 12만 달러 짜리 부품을 5000달러에 만들 방법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구절이 나온다. 당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이 대다수였으나 데이비스는 수개월 만에 3900달러짜리 부품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에 효율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데이비스의 가치관은 DOGE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DOGE 설립을 공식화 한 이후 DOGE에 데이비스를 보내 직원을 모집하는 등 관련 준비 작업을 돕도록 했다. WSJ는 “스티브스는 머스크의 빠르게 움직여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을 택한 DOGE의 원동력”이라며 “DOGE의 비용 절감 드라이브를 실행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이 머스크와 DOGE 팀이 정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한 법원 문서에서 백악관 행정실장 조슈아 피셔는 “머스크는 DOGE 관리자가 아니며 직접 정부 결정을 내릴 실제 권한이 없다”고 17일 밝혔다. 피셔는 머스크가 “백악관 사무실 직원일 뿐, DOGE 직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