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哪吒之魔童闹海, 나타: 악동의 바다 소동)’가 흥행 대기록을 세우면서 메가폰을 잡은 자오쯔(饺子·45) 감독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의대 출신으로 독학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배워 이 분야에 뛰어든 이력은 물론, 처음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부터 너자2까지 줄줄이 대박만을 터트린 ‘애니 천재’라는 점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자오쯔 감독은 이번 성공으로 한국 돈 수천억원의 거액을 쥐고 중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로 거듭나게 됐다.
16일 중국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0시 기준 자오쯔 감독은 중국 영화 거장 장이머우 감독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다. ‘너자1(哪咤之魔童降世, 나타: 악동의 탄생)’과 ‘너자2′가 총 145억2600만위안의 매출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자오쯔 감독 앞에는 코믹 액션 탐정물 ‘당인가탐안(唐人街探案)’으로 사상 첫 100억위안(약 2조원)을 돌파했었던 천쓰청(12편, 총 155억800만위안) 감독과 황비홍 시리즈로 유명한 쉬커 감독(71편, 총 152억4300만위안)이 1, 2위에 올라 있다. 너자2의 매출이 13일 100억위안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이 순위도 뒤바뀔 수 있다.
너자2가 흥행 대박을 터트리면서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중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자오쯔 감독 개인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80년 쓰촨성 루저우시에서 태어난 자오쯔 감독의 본명은 양위(楊宇)다. 자오쯔를 예명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교자(饺子·중국어 발음 자오쯔)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공작실(프로덕션) 이름을 ‘자오커리(饺剋力)’라고 지었는데, 이는 교자와 초콜릿(巧剋力·중국어 발음 차오커리)’을 합한 것이다. 중국과 서양 문화를 결합한다는 의미인데, 발음이 어려워 ‘자오쯔 공작실’로 바꿨다고 한다.
자오쯔 감독은 쓰촨대 약학과(현 의대)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대학 3학년 때부터 독학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시작, 진로도 이쪽으로 틀었다. 이후 3년가량 부모님 지원을 받아 단편 애니메이션 ‘큰 수박을 치고, 친다(打, 打个大西瓜)’로 데뷔했다. 국내외에서 30여개 상을 수상하는 등 처음부터 대박을 쳤다. 이후 공작실을 본격 설립하고 처음 내놓은 애니메이션이 너자1이다.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 매출 50억3500만위안(약 1조원)을 올려 중국 영화 4위에 올라 있다. 이후 6년에 걸쳐 세 번째 영화인 너자2를 내놨다. 영화 시작 이후 실패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자오쯔 감독은 성공의 원동력이 가족에서 나왔다고 했다. 너자 시리즈는 16세기 명나라 요괴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나오는 고대 신화 캐릭터 너자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자오쯔 감독은 ‘뼈는 아버지에게, 살은 어머니에게 돌려준다’는 원작 속 표현을 따서 부모 자식 간 사랑을 부각했는데, 이는 개인적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 가족은 매우 화목하고, 부모님의 지지와 관용 덕분에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며 “제 자신의 진솔한 깨달음과 감동을 융합해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했다.
너자2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너자2는 글로벌 영화 흥행 순위에서 중국 영화 최초로 20위권에 진입한 상태다. 마오옌은 너자2 박스오피스 매출이 160억위안(약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너자2는 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아웃2′를 제치고 세계 1위 애니메이션이 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영화 흥행 순위에서 ‘타이타닉’에 이어 5위에 오르게 된다. 중국 영화 평론가 레이먼드 저우는 “너자2는 모든 계층을 타깃으로 삼았고, 이들을 성공적으로 사로잡았다”며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희귀한 영화”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너자2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자오쯔 감독도 거액을 손에 쥘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재경은 13일 기준 자오쯔 감독의 수익은 16억4500만위안(약 3000억원)이며, 너자2 흥행 매출이 160억위안까지 오를 경우 자오쯔 감독이 20억위안(약 4000억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이렇게 많은 돈이 있다면 ‘너자3′는 다른 제작사의 투자 없이 자체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