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신경전이 다시 시작됐다. 연준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29일(현지 시각)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의 4.25~4.50%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연준은 이번에는 금리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FOMC에서는 금리의 향방보다는 파월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전에 관심이 더 쏠렸다. 지난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연준에 더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파월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떤 답변과 언급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지명한 인물이다. 파월은 연준 의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그해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파월은 멍청하다’는 등의 말로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못했고,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연임시켰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로, 그는 임기 종료 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CNN은 “트럼프와 연준의 최근 충돌은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된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과거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연준이 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연준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은 1913년 창설된 이후 독립성을 유지해 왔지만, 정치적 압력이 개입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경제 부양을 위해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고, 이는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7년 미국 의회는 연준 의장이 의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해 정책을 설명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또한 1935년 제정된 은행법을 통해 연준이 재무부로부터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935년 은행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파월을 포함한 연준 이사회를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마켓대학교 법학 교수 크리스틴 차보트는 CNN에 “트럼프가 이를 근거로 연준 의장 해임을 시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은 역사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기 때문에 법적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