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의 충돌 사고로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지도자 다수가 사망한 걸로 드러나자 국제빙상연맹(ISU)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ISU는 30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ISU와 빙상계는 지난밤 워싱턴DC에서 추락한 여객기에 탑승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가족의 비극적 희생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여객기에는 피겨 스케이팅 전미 선수권 대회를 마치고 복귀하려던 전·현직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학부모, 코치 등 20명이 탑승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피겨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매우 힘든 시기에 유가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열 ISU 회장도 “오늘은 피겨계에 비통한 날이다. 우리 커뮤니티의 많은 구성원을 잃은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슬픔을 안겨준다”며 “우리는 이 사고로 희생된 모든 이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앞서 아메리칸항공 자회사인 PSA항공의 5342편 여객기는 전날 오후 8시55분쯤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33번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군용헬기 블랙호크와 충돌해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무원 4명과 약 승객 60명,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탑승해 있었다. 당국은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 치러진 ISU 유럽선수권대회에선 이번 사고로 희생된 피겨 선수들을 기리기 위한 묵념을 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약 20명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등이 탑승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현재 코치로 활동 중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도 있었다.
한국계 10대 선수들의 희생도 전해졌다. 추락한 여객기에는 10대 피겨 유망주 지나 한과 그의 어머니 진 한이 타고 있었다. 또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된 스펜서 레인도 해당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겨 레전드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미국 피겨 간판스타인 낸시 캐리건은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1956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텐리 올브라이트와 기자회견을 갖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낸시 캐리건은 미국의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다. 지난 2004년 미국 피겨 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고 토냐 하딩 습격 사건의 피해자로 유명하다.
캐리건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한국계 남녀 유망주 지나 한과 스펜서 레인에 대해 “이들만큼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너무 비극적인 사고라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