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워싱턴DC 의회의 로툰다홀에서 20일(현지 시각) 정오에 열린 가운데 800여 명의 취임식 VIP 참석자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당초 취임식은 의사당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약 25만 명이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으나 최강 북극 한파로 인해 40년 만에 실내에서 치러지면서 초청장을 받은 이들 중 0.1%도 안 되는 이들이 트럼프에게 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누구보다 시선을 끈 이들은 IT업계 거물들이다. 대선 운동 때부터 트럼프를 지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 쇼우 추 틱톡 CEO 등이 트럼프 취임식에 자리했다.
특히 세계 1~3위 부호인 머스크, 베이조스, 저커버그와 피차이의 자리는 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후보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2기 내각 임명자와 정치인들보다 앞줄에 위치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이 트럼프의 내각 구성원보다 더 앞자리에 배치됐고, 그들의 배우자 중 일부는 주지사와 의원들의 자리를 차지했다”며 “억만장자들이 트럼프 취임식에 줄을 섰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기술 억만장자들이 트럼프가 지명한 내각 인사 앞에 자리한 것은 의미심장한 제스처”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는 머스크와 피차이를 거쳐 취임식을 지켜봐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가 승리한 후 실리콘밸리, 월가 등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급증했다”며 “트럼프의 규제 완화 약속, 투자 촉진 약속으로 인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길 바라는 희망에 차 있다”고 해석했다.
IT 거물들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회장,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이사회 의장, 팀 쿡 애플 CEO가 자리했다. 이들 역시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트럼프 시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플루언서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올트먼 CEO는 권투 선수이자 인플루언서인 제이크 폴, 폴의 동생이자 레슬러·인플루언서인 로건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아일랜드 종합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도 참석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우파 팟캐스트 진행자인 조 로건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로건은 2020년 대선 당시에는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지만 2024년 선거 직전에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로건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는 비난도 받는 논란 속 인물이다.
관례대로 전직 대통령 4명은 취임식에 참석했다. 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셸 오바마 없이 홀로 참석했다. 세계 지도자와 정치인 중에선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눈에 띄었다. 트럼프는 지난 2019년 집권 당시 “(존슨은) 좋은 사람”고 했고 “사람들은 그를 영국의 트럼프라고 부른다”고 한 바 있다. 이 외에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