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42일 동안 33명의 인질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1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지 15개월 만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재국인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는 휴전이 19일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 470일 만이며, 1차 휴전이 파기된지 410일 만이다. 이스라엘 내각과 정부는 휴전 내용을 공식 비준해야 이르면 16일 아침 휴전 협정의 세부 사항을 포함한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의 휴전 협정 내용은 지난해 5월 말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3단계 프레임워크와 대체로 유사하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6주 동안 휴전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의해 투옥된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하는 대가로 여성, 노인, 병든 인질을 석방한다. 또한 인도적 구호품을 실은 트럭 600대가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NYT가 입수한 휴전 협정 사본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휴전은 6주 동안 지속되며 33명의 인질과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고 매일 인도적 구호품을 운반하는 600대의 트럭이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에 하마스는 휴전 1일 차에 여성 인질 3명, 7일 차에 4명, 남은 5주 동안 26명의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인질 1명당 30~5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한다. 이들 중 일부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석방될 33명의 인질에는 여성과 어린이, 50세 이상의 남성, 병자 또는 부상자가 포함된다. 33명 중 몇 명이 살아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스라엘 관리들은 대부분이 살아 있다고 추정한다.
또한, 휴전 협정은 휴전 7일째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 벗어나 동쪽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자지구 남부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하는 것을 돕기 위함이다. 이 외에도 최소 6만 채의 임시 주택과 20만개의 텐트를 가자지구에 들여오는 내용도 휴전 협정에 포함됐다. 이를 위해 매일 60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간. 하지만 유엔 관리들은 이 수준으로는 인도적 지원 흐름을 늘리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데려갔다. 이 가운데 약 100명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전쟁으로 4만6707명이 숨지고 11만265명이 다쳤다. 양측은 2023년 11월, 일주일 동안 휴전하면서 인질 일부와 수감자를 교환했으나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휴전 협상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교전은 재개됐다. 그동안 하마스는 전쟁을 종식하는 조건으로 휴전 협상에 동의하겠다고 주장해 왔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종식은 거부하며 일부 인질을 석방한 후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투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